[사설] 외교 지평 높이는 계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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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어제 끝난 제3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는 '아시아.유럽 협력체제' 를 선언하는 등 두 지역간 협력을 위한 상징적이면서도 실질적인 성과를 남겼다고 평가된다.

우리로선 26개국 정상이 모이는 매머드 외교잔치를 대과없이 치러냈다는 점에서 88 서울 올림픽에 이어 또 한차례 국가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마침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직후여서 한층 빛을 발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최근 남북한간에 진행되고 있는 화해.협력과정을 지지하는 '서울선언' 이 채택된 것은 큰 성과다.

회의기간 중 영국.독일.네덜란드.스페인이 대북수교 추진 의사를 밝혔고, 프랑스도 그 대열에 동참할 뜻을 비췄다.

이들 유럽국가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포기와 인권개선을 대북수교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어 왔으나 그러한 문제들은 수교교섭 과정에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북한과 유럽국가들간의 관계가 진전될 전망이며, 이는 북한을 개방쪽으로 유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북한의 인권개선.대량살상무기 포기에 대한 정식 촉구가 생략된 점은 아쉽다.

'아.유럽 협력체제' 문서는 향후 10년간의 협력 기본방향을 담은 것으로 지역 내 평화와 안정유지에 노력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에 주력한다는 내용이다.

이 선언은 실천가능한 부분부터 풀어가자는 의지를 담고 있다. 그에 따라 유라시아 초고속통신망 건설과 회원국간 정보격차 해소사업, 2천5백만달러의 장학재단 설립에 합의한 것은 구체적인 결실이다.

아쉬운 점은 미국 주도로 추진되는 세계화 문제에 대해 ASEM 차원의 구체적인 대안이 부족하다는 대목이다.

대규모 정상회담이란 어차피 말의 성찬(盛餐)이다. 풍성한 말의 잔치 속에서 지역간 유대를 강화하고 실익을 취하는 게 외교의 기본이다. 정부는 이번 회의가 남긴 의미를 잘 헤아려 한반도 평화정착과 국가발전, 지역 내 평화와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하고 특히 주변국에 주력했던 우리 외교의 지평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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