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방북때 '미사일 담판' 유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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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방북 일정이 확정됨으로써 빌 클린턴(얼굴) 대통령의 역사적인 방북이 가시권 안으로 들어왔다.

미 국무부 고위 관리들은 "클린턴 대통령이 방북을 희망하고 있다" 고 여러 차례 밝혔다. 클린턴의 방북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11월 중순 브루나이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곧바로 베트남을 방문하고 이어서 평양으로 날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 경우 클린턴은 냉전시절 미국과 교전한 나라를 잇따라 방문하는 첫번째 미국 대통령이 된다. 그는 '냉전유산의 청산자' 란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평양에서 바로 서울로 날아와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면 클린턴은 한반도 평화의 중재자란 인상을 각인할 수 있다. 그의 서울 방문은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긍정적인 추측은 무성하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을 만나 미국의 현안인 미사일과 핵 문제를 담판할 것으로 보인다. 테러지원국 해제는 북한쪽에서 매달리는 현안이다.

워싱턴의 고위소식통은 "김정일 위원장은 올브라이트 장관에게 운만 떼고 클린턴 대통령과 직거래하려고 할지 모른다. 올브라이트의 방북에선 특별한 합의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마지막 거래수단인 미사일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의 보따리를 보기 전엔 타협안을 매듭짓지 않을 것" 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이 쉽게 꺼내 놓지는 않겠지만 결국 미사일이나 평화보장체제 등에서 어느 정도 양보안을 마련할 공산이 크다고 소식통들은 분석한다. 예를 들자면 미사일 개발을 완전 중지하지는 않지만 수출은 포기할 수 있다는 대안이다.

북한은 평화보장 체제에 있어서도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 이란 종래의 입장을 거둬들여 4자회담에서 논의한다는 새로운 결심을 할 수 있다.

연락사무소 조기 개설은 양국이 이미 1994년 10월 제네바에서 합의한 상태이므로 별로 비중있게 다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설명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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