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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에 대한 오해와 진실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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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구제역은 소나 돼지처럼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에 발생하는 질병이다. 1546년 이탈리아에서 처음 발견됐고, 1897년 독일의 프리드리히 뢰플러 박사가 바이러스가 옮기는 병이라는 것을 밝혀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된 동물 전염병이다. 이 질병이 올해 불행히도 우리나라에서 다시 발생했다.

구제역이 발생하면 으레 나오는 질문이 있다. “쇠고기를 먹어도 괜찮느냐”는 것이다. 8년 전 구제역이 발생했을 당시 친구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수십 년간 의대에서 미생물을 가르쳐온 필자는 “아무 문제도 없으니 마음 놓고 먹어도 좋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질문을 한 사람들의 마음은 다 똑같을 것이다. 구제역이 사람에게도 전염되지 않느냐는 불안 때문이다. 실제 과거에는 구제역이 사람과 동물에게 함께 전염되는 인수(人獸) 공통 전염병으로 오해되기도 했다. 수족구(手足口)병과 이름과 증상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이 잘 걸리는 수족구병은 수포가 생기는 등 구제역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수족구병은 구제역과 완전히 다른 질병이다. 이와 관련한 해프닝이 2001년 영국에서 벌어지기도 했다. 구제역이 인체에 감염된 것 같다는 의심 사례가 15건이나 보고돼 온 나라가 발칵 뒤집어진 것이다. 하지만 모두 구제역과 관계 없는 수족구병으로 판명됐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산과 알칼리에 약하다. 설령 구제역에 걸린 소나 돼지고기를 먹어도 우리 몸의 강력한 위산(胃酸)에 의해 바이러스가 살아남기 어렵다. 또 구제역 바이러스는 열에 약하다. 56도에서 30분, 또는 76도에서 7초만 가열하면 바로 죽는다.

구제역은 외국에서도 많이 발생한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 회원국의 약 70% 국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경험이 있거나, 지금도 구제역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지역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소·돼지 고기를 먹고 구제역에 걸렸다는 사례를 들어보지 못했다. 2000년 일본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일본 후생노동성은 “과거 식육과 우유 등을 먹고 구제역에 감염된 사례의 보고는 없고, 공중위생상의 문제도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국에선 2007년 농업부 동식물검역청이 “구제역은 인수 공통 전염병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그런데도 언론에는 구제역 발생지역 농장의 출입을 통제하는 모습이 계속 보도된다. 이런 장면을 보면서 “사람에게 옮지도 않는다는데 왜 사람의 출입을 통제하느냐”는 질문이 나오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 그 이유는 사람이 신고 있는 신발 등에 구제역 바이러스가 묻어서 다른 농장에 이 질병을 옮길 수 있기 때문이지, 식품위생에 문제가 있거나 공중위생상 이유 때문이 아니다. 그렇더라도 당국은 이번 구제역 발생을 계기로 삼아 방역체제를 더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최철순 전 중앙대 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