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학원, 기발한 학습법들 쏟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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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5일 오후 10시 서울 광화문 부근 한 학원. 초등학생부터 50, 60대까지 1백여명이 가득 차 있는 교실마다 "악, 악" 하는 괴성이 쏟아져 나온다.

이들은 '영어식 발성법만 익히면 듣고 말할 수 있다' 는 학원측의 이론에 따라 수업시간 내내 호흡과 발음만 되풀이한다.

이 학원에서는 6개월의 수강기간 내내 영어표현은 가르치지 않은 오직 발성법만 훈련한다.

이런 교수법에 대해 수강생들은 "발성만 반복하니 재미가 없다" "효과는 잘 모르겠지만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준다" "영어를 제대로 배우고 있다" 는 등 갖가지 반응을 보인다.

요즘 영어학습 열기를 타고 기발한 학습법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재미동포 H씨는 서울 강남에서 발음공식 2백여가지를 소개하는 이색 강좌를 열었다. 영어의 발음 구조를 해부, 리듬감을 훈련시킨다는 취지다.

대형서점에도 '외국어 나도 잘 할 수 있다'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마라' '영어 공부 이렇게 하라' 등 독특한 학습법을 소개하는 서적이 50~60종 나와 외국어서적 판매 순위를 휩쓸고 있다.

이들 책은 직접 체험한 영어 학습과정을 바탕으로 썼기 때문에 저마다 독특한 방법론을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영어가 초등학교 과목으로 채택되면서 학부모들까지도 영어공부에 뛰어들자 이들을 겨냥한 갖가지 학습법이 등장하고 있는 것 같다" 고 풀이했다.

하지만 영어 초보자들의 조급한 심리를 파고든 얄팍한 상술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한 영어 실용서가 1백만권 이상 팔리자 이 책과 내용.형식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책들이 지난 6개월 동안 30여권 넘게 쏟아졌다는 것이다.

한국외국어대 곽중철(郭重哲.영어과)교수는 "출판사들이 학습자들을 유혹하는 제목으로 앞다퉈 책을 내고 있지만 상당수는 '제목장사' 에 불과하다" 며 "비법을 찾기보다 외국어 학습이 어렵고 힘든 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정용환.박영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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