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된 독일 명과 암] 삼성 SDI 성공적 현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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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통일 후 동독지역에 진출한 서방기업 중 삼성 SDI 독일법인은 규모가 크진 않지만 대표적 성공사례라고 독일 현지 언론들은 입을 모은다.

베를린 동남쪽 동베를린 오버쇠네바이데에 위치한 이 회사는 1993년 이곳에 있던 동독 TV제조회사인 WF사를 삼성이 인수해 세웠다.인수가격은 단돈 1마르크.

인수 조건은 ▶6년간 사업을 계속하고▶총 1억3천만마르크를 투자하며▶98년까지 1천명을 고용한다는 것이었다.

세부적으로는 4만2천평의 공장부지와 건물.생산설비 등 1억9천만마르크어치의 자산을 5백90만마르크에 인수하되, 향후 설비투자의 31%를 독일정부가 지원하고 투자지원용으로 8천5백만마르크를 현금 지원한다는 내용이다.양쪽을 서로 상계하면 결국 무상인수 였다.

삼성은 인수 당시 1천5백명이던 고용인원을 1천50명으로 줄여 독일 정부와의 고용 약속은 지키면서 합리화를 꾀했다.한국인은 11명에 불과하고 현지인 간부비율이 60%를 넘는다.그만큼 현지화했다는 얘기다.

한국식 인간관계에 바탕을 둔 노사간 신뢰구축으로 그간 노사분규가 없었던 것도 독일 기업들엔 놀랄만한 일. '이에 힘입어 독일 업계 최초로 4조 3교대제를 도입, 연평균 2백30일이던 근무일수를 3백30일로 늘려 효율을 제고했다.

이에 대해 에버하르트 디프겐 베를린 시장은 "삼성이 첨단기술뿐 아니라 근무형태와 공장가동 형태에서도 혁신적인 면모를 보여줬다" 며 칭찬하고 있다.

이같은 합리화작업으로 인수 당시 연간 60만개이던 브라운관 생산량은 현재 4백만개로 일곱배 가량 늘었고 매출액도 8천6백만마르크에서 4억5천만마르크로 늘었다.

이 회사 김상렬 생산제조팀장은 "98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해 내년부터는 완전 무차입 자립경영이 실현된다" 고 말했다.통일 독일은 한국기업들에도 커다란 성장의 기회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베를린=유재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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