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수사기록 공개 파장 … 검찰총장 “공개 결정 묵과 않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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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용산 재개발구역 농성자 사망사건’의 수사 기록 내용을 놓고 농성자 측과 검찰·경찰의 공방이 치열하다.

농성자 측 변호인을 맡고 있는 김형태 변호사는 15일 검찰의 미공개 수사 기록을 토대로 “당시 경찰지휘부가 진압의 문제점을 시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경찰지휘부의 일부 진술만 발췌한 것으로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14일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이광범)의 결정에 따라 재판부로부터 미공개 수사 기록을 입수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당시 이성규 서울경찰청 정보관리부장 등이 “현장 상황을 알았다면 중지시켰을 것”이라 진술했고 ▶정보과 형사들이 수집한 정보가 경찰지휘부와 경찰특공대원에게 전달되지 않았으며 ▶장비가 도착하지 않아 진압 작전이 갑자기 바뀐 사실 등이 기록에 나와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경찰특공대가 공명심에서 작전을 성급하게 수행했다’는 경찰지휘부의 진술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이송범 전 서울청 경비부장이 안전조치에 대해 ‘다른 기관과의 관계, 시간적인 부족함 때문에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화염병과 상관없이 불이 났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경찰특공대원 3명을 항소심에서 증인으로 신청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검찰은 김 변호사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경찰지휘부가 농성자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숨진 뒤 진압 과정에 아쉬움을 나타낸 부분을 놓고 진압의 문제점을 시인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성규(현 경찰청 정보국장) 당시 서울청 정보관리부장도 “비극적 결과를 놓고 마지막으로 검찰에 말한 소회 정도였지 정보가 지휘부에 잘못 전달됐다거나 작전이 잘못됨을 의미한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또 작전 강행 여부에 대해 대부분의 경찰지휘부는 검찰에서 “주요 장비가 갖춰져 작전 진행에 문제가 없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농성자들이 다량의 시너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경찰이 이미 파악했다는 점도 제시했다.

검찰은 당시 워낙 긴박한 상황에서 경찰특공대원의 망루 내 위치·시간에 따라 진술이 서로 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화염병으로 화재가 일어났다”는 농성자 피고인의 진술도 있었고, 사고 순간을 촬영한 영상물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1심 재판부도 농성자들이 망루 안에서 화염병을 던졌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수사 기록 공개에 대해 공개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김 총장은 “(법원의 판단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재판부가 법과 원칙에 어긋나는 일을 했으니 신속하고 철저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이철재·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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