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맹증 치료, 인공코 개발 길 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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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사람은 어떻게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만가지 냄새를 제각기 구별해 맡을 수 있을까. 이번 노벨의학상의 의미는 인간이 후각을 통해 냄새를 느끼는 과정을 분자생물학적으로 처음 밝혀낸 데 있다.

냄새는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는 단백질로 구성된 기체다. 이 기체는 호흡을 통해 코 점막에 있는 후각수용체(단백질로 구성) 세포와 결합해 전기 신호를 만들고, 이 신호는 후각을 담당하는 1번 뇌신경(후구)에 전달된다. 리처드 액설과 린다 벅은 전달된 정보가 후각 중추가 있는 대뇌의 측두엽에 전해지면서 냄새를 감지한다는 사실을 전기화학적 작용으로 설명했다.

또 이들은 후각 수용체가 콧속에 1000개나 존재하며 각각의 수용체에는 G단백이란 물질이 있어 냄새맡는 기능을 활성화한다는 사실도 규명해 냈다. 이 후각 수용체에는 개별 유전자가 관여해 두세 가지의 냄새를 맡게 되며 이들의 조합을 통해 인간은 1만가지의 서로 다른 냄새를 식별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체지놈 사업으로 밝혀낸 인체 유전자는 모두 3만여개. 냄새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1000개임을 감안할 때 냄새를 맡기 위해 3%의 유전자가 동원되는 셈이다.

우리가 흔히 맛을 느끼는 미각 작용은 실제 대부분 후각에 의해 만들어진다. 커피향을 맡아 커피맛을 느끼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리고 후각은 가스.쉰 음식 등의 냄새를 감지해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그러나 후각은 이제까지 인체 오감 중 과학적 규명이 가장 미흡했던 감각기관이었다.

이들의 후각 생리 연구결과는 외상.축농증.종양 등으로 냄새를 못 맡고 사는 후맹증 치료는 물론 후각신경을 통한 본능과 감정의 조절 및 인간보다 몇백배 예민한 인공코의 개발 등에 응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움말 주신 분=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김찬훈 교수,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장용주 교수

황세희.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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