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경비구역 JSA' 만든 박찬욱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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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박찬욱(37)감독이 '공동경비구역JSA' 를 만든 걸 두고 충무로에서는 의아해 하는 이들이 많다.

'달은 해가 꾸는 꿈' (1992년) '3인조' (97년)에서 보듯 그는 기존 영화의 관습과 법칙을 어기는 데 관심이 많은 듯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으로 그동안 잘 된 상업영화를 만들 재능이 없어 비주류 영화에 경도된 게 아니었음을 보여줬다.

"뭐랄까, 이전 영화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날 우습게 여기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오기 같은 게 발동했죠. 그렇다고 순전히 오기로 이번 작품을 만든 건 아니에요. 주제가 선명하고 들려 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겠다 싶어 선뜻 응했죠" .

'공동경비구역 JSA' 를 휴머니즘과 시스템의 갈등이라고 정의했다. 휴머니즘은 병사들의 인간애이고 시스템은 남북 분단이란 상황이다. 그래서 분단이라는 상황이 얼마나 부조리한가를 보여주는데 연출의 주안점을 두었단다.

주제의 심각성에 비해 코믹한 요소가 너무 강하지 않으냐고 묻자 "하나의 민족이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러운 것 아니냐" 고 짧게 되받았다.

그는 이병헌에서 신하균까지 다섯 명의 주요 배우들의 연기가 가장 만족스럽다고 했다. 특히 송강호에게 반했다면서 역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이 탁월하다고 칭찬했다.

북한군 역을 맡은 배우들의 사투리가 남한 말투에 가까웠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탈북자의 조언을 받았으며 북한 젊은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억센 사투리를 쓰지 않는다" 고 했다.

서강대(철학과) 재학 중 영화패 창단 멤버로 활동하면서 본격적으로 영화와 인연을 맺은 박감독은 다음 작품은 유괴사건처럼 이슈성이 강한 주제를 선택해 선명하고 선이 굵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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