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남북 타이틀전서 조인주 6차방어 실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패자는 없었다.

둘은 휴전선 없는 사각의 링에서 원없이 싸웠고 끝내 부둥켜 안았다. 승자는 남북이요, 통일의 한마음으로 관중석을 메운 재일동포였다.

사상 첫 남북 세계타이틀전은 파격적으로 시작됐다.

챔피언인 조인주는 한반도기와 태극기를, 도전자인 북한 국적의 재일동포 3세 홍창수(일본명 도쿠야마 마사모리)는 한반도기와 인공기를 들고 링에 올랐다.

조인주가 들어서자 조총련 응원석에서도 박수 소리가 쏟아졌고, 홍선수는 '조국 통일' 깃발을 든 농악대를 앞세워 입장했다.

'조국 통일' 이라 쓴 그의 가운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그리고 한국 가수 조항조와 도쿄조선가무단 강춘미가 애국가 대신 '우리의 소원' 을 합창하면서 남북이 하나가 됐다.

링위의 남북 복싱인도 함께 손을 맞잡았고, 관중석에서는 한반도기가 힘차게 휘날렸다.

그리고 시합을 알리는 공이 울렸다.

조인주가 27일 일본 오사카 공립체육관에서 벌어진 WBC 슈퍼플라이급 6차 방어전에서 심판 전원일치 판정으로 져 타이틀을 잃었다.

홍창수는 북한 국적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챔피언에 올랐다.

아웃복서 조인주는 승리를 자신했는지 인파이팅 작전으로 나왔으나 홍창수의 스피드에 밀려 완패했다.

특히 홍창수의 왼손 잽은 매 라운드 수십차례 챔피언의 얼굴을 가격하며 조의 밸런스를 무너뜨렸다.

5차 방어를 치른 챔피언의 면모는 보이지 않았다.

조는 1라운드 시작과 동시에 왼손 잽을 허용했고 2라운드에서는 눈이 찢어졌다. 3라운드부터 경기를 뒤집겠다는 듯 큰 펀치로 일관하던 조는 4라운드 1분57초 왼손 잽에 이은 오른손 스트레이트에 다운되며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

오사카〓오영환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