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소형 아파트 전셋값 급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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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수도권 지역에서 소형 아파트 전셋집이 모자라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 기존 아파트는 물론 입주를 한두 달 앞둔 신규 아파트 단지도 전세 구하기가 어렵다.

특히 금리가 떨어지자 수익이 나은 월세로 바꾸는 집주인이 많아 소형 전셋집 부족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 때문에 평수를 줄이거나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전세 피난' 현상이 올 봄에 이어 가을 이사철에 다시 나타날 조짐이다.

전셋집 부족은 아직까진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가을 이사철을 맞아 중형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지역적으론 현재 서울 강북.강남.송파.강동구 등의 소형 아파트 밀집지역 중심이지만 점차 확산하는 모습이다.

서울 상계동 지역의 경우 중개업소마다 전셋집을 찾는 문의전화가 하루 수십건에 이른다. 일부 중개업소에는 1백만~2백만원씩 맡겨놓은 대기자가 10명이 넘는다. 이 지역 주공아파트 24평형은 최근 전셋값이 7천5백만원으로 2년 전보다 2천5백만원 올랐다.

럭키부동산 박하순 사장은 "신혼부부가 많이 찾아오는데 물건이 없어 그냥 돌아가곤 한다" 며 "그나마 나온 집도 대부분 월세여서 2년 전 외환위기 당시 계약한 세입자들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고 말했다.

서울 잠실 주공아파트 단지도 기존 세입자들이 오른 전셋값에 재계약하는 경우가 늘면서 전세물건이 거의 동났다. 전셋값은 13평형이 4천만~4천7백만원으로 2년 전보다 1천만원 이상 올랐다.

수도권 남부지역은 다가구.다세대 주택까지 구하기 힘들다. 경기도 안양시 석수.비산.호계동 등에서 오는 9월까지 재건축 사업을 시작할 아파트가 4개 단지 4천2백53가구인데, 이주금 3천만~4천만원으로 전셋집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다가구.다세대 주택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사업이 급증한 데다▶분양권 전매 허용▶소형주택 의무건설 제도 폐지 등이 전셋집 부족현상을 심화했다고 지적했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가을 이사철과 재계약 기간이 겹쳐 하반기 중 일시적으로 전셋값이 오를 수 있다" 면서 "서울은 하반기 신규 입주 물량이 5만7천가구로 지난해보다 6천여가구 많아 전세대란은 없을 것" 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하반기 중 전셋값이 소형 평형을 중심으로 3~4% 더 올라 연간 11~12%의 상승률을 보일 것" 이라고 내다봤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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