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KB금융 사외이사들 비리 혐의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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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금융감독원이 일부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의 부적절한 권한 행사와 비리 혐의를 확인했다. 내년 1월로 예정된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대한 종합검사에 앞서 자료수집을 위해 16일부터 23일까지 실시한 사전 검사를 통해서다.

익명을 요구한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24일 “KB금융지주와 은행에 대한 사전검사에서 확보한 자료와 이사회 녹취록 등을 분석한 결과 일부 사외이사들의 적절치 못한 행위와 비리 소지 가능성이 발견됐다”며 “보다 정확한 내용은 내년 1월로 예정된 종합검사에서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한 사외이사는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업체가 2007년 6월부터 내년 말까지 국민은행의 정보기술(IT) 시스템 유지와 보수 계약(80여억원)을 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다른 사외이사는 국민은행의 전산 시스템 구축을 컨설팅업체가 권고한 회사 대신 다른 업체로 변경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이 법 규정을 위반했거나 미비한 법 규정을 이용해 부적절한 행위를 한 사례가 더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필요하다면 계좌추적권을 발동하거나, 의혹이 제기된 사외이사들을 직접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금감원은 또 사외이사들이 이달 초 KB금융지주 회장 선임 전 사외이사들의 연임 규정을 바꾼 경위, 지주회장 후보자에게 자회사 인사권을 요구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서도 확인 작업에 나섰다.

금감원이 강도 높은 사전 검사를 진행한 것은 KB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서 이 회사의 사외이사 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논란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들 사외이사는 최근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의 후임으로 강정원 국민은행장을 단독으로 면접해 후보로 정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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