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룰스 오브 인게이지먼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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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미국 해병대의 테리 칠더스 대령(새뮤얼 잭슨)은 역전(歷戰)의 용장이다.

'이제 적도 동지도, 전방도 후방도 없어진 시대' 라며 쓸쓸히 과거를 회상하는 그에게 어느 날 임무가 떨어진다.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아프리카 예멘에서 미국 대사(벤 킹슬리)가족을 보호하라는 거였다.

현장에 도착한 칠더스는 민간인들 틈에 섞여 무장한 저격수들이 총격을 가하는 걸 보게 된다. 대원 중 한 명이 총격으로 숨지자 칠더스는 맞사격을 하라고 명령한다.

이튿날 무고한 민간인에게 총부리를 겨눴다며 각국 언론이 들고 일어나자 미국 정부는 칠더스를 법정에 세운다.

'어떤 상황에서도 민간인을 살해해선 안 된다' 는 교전수칙(Rules of Engagement)을 어겼다는 죄목이었다.칠더스를 희생양으로 삼아 난관을 빠져나가겠다는 것이었다. 한편 칠더스는 베트남 전우인 하지스 대령(토미 리 존스)을 변호사로 선임한다.

칠더스는 베트남 전우인 그가 비록 알콜 중독에 걸린 시원찮은 변호사지만 전장에서의 긴박함과 전투의 치열함을 알고 있다는 점때문에 그를 믿는다.

세계를 자기 손 안에 넣고 경영하겠다는 미국의 야욕과, 진실을 밝히기위해 거대한 국가와 맞서는 전쟁 영웅의 대결을 그린 '룰스 오브 인게이지먼트' 는 자기 국가를 비판하면서도 자국이 가진 정의로운 절차를 자랑스럽게 내세운다는 점에서 극히 할리우드적인 영화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를 연상시키는 총격전, '어 퓨 굿맨' 에서 본 듯한 불꽃튀는 법정 다툼 등 눈에 익은 장면들이 많다. '프렌치 커넥션' '엑소시스트' 의 윌리엄 프레드킨 감독 작품. 모범영화 같아 톡 쏘는 듯한 상큼함과 신랄한 맛은 찾기 힘들다. 내달 1일 개봉.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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