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서울 프레스센터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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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3일 오전 10시25분쯤.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일행을 태운 특별기가 평양 순안공항에 안착하는 순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2층 프레스센터에서 숨죽인 채 역사적 장면을 지켜보던 1천3백여명의 국내외 취재진은 너나할 것 없이 우레와 같은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감격 어린 박수는 33분쯤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직접 모습을 드러냈을 때, 36분쯤 金대통령이 트랩에 발을 내디딜 때, 37분쯤 남북 정상이 감격의 악수를 나눌 때, 49분쯤 남북 정상이 한 승용차에 동승할 때 등 모두 다섯차례에 걸쳐 터졌다.

기자들은 "이제 통일로 가나 보다" 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으며, 일부 기자들은 눈물을 글썽거렸다.

중국 신화통신사 서울분사 가오하오룽(高浩榮)기자는 "분단 후 처음으로 남북 양국의 정상이 악수하는 장면은 보는 이의 마음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며 "정상회담에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 고 말했다.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 사아다 카스미(澤田克己)서울특파원은 "오늘은 대단히 역사적인 날" 이라며 "남북관계와 국제정세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 이라고 전망했다.

닷새째 호텔 정문 앞에서 파업 농성중인 노조원 7백여명도 이날 오전 남북 정상이 만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곤 일제히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특히 노조측은 "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하는 취지에서 14, 15일엔 농성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 며 온 국민의 축제분위기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프레스센터는 이른 아침부터 국내외 취재진들이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특히 오전 9시30분과 오후 3시 열린 정례 브리핑 때에는 CNN 등 국내외 TV카메라 20여대와 사진기자 30여명이 몰려 세계적 관심도를 실감케 했다.

또 오홍근(吳弘根)국정홍보처장과 양영식(梁榮植)통일부차관이 직접 브리핑을 맡아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으며, 외신기자들도 국내 취재진 못지않게 적극적으로 질문 공세를 펼쳤다.

한편 이날 오전 서영훈(徐英勳)대표와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 등 민주당 지도부가 프레스센터를 방문,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박신홍.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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