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정권 무너뜨린 '벨벳 혁명' 지도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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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일간 가제타 비보르차의 아담 미흐니크(57.사진)편집인은 1980년대 동유럽 민주화의 기수였다. 공산정권을 무너뜨린 이른바 벨벳혁명의 지도자로서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이나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보다 결코 그 무게가 덜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이 민주화 이후 현실정치에 깊이 참여했던 반면 미흐니크는 언론계에 투신했다. 그는 "꼭 정계에 남아야 민주화 운동이 완성된다고는 생각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흐니크는 바르샤바대에 다니던 68년 반체제 운동으로 체포되는 등 폴란드 공산당 치하에서 모두 6년간 감옥생활을 했다. 76년에는 노동자옹호위원회(KOR)를 결성했다. KOR는 당시 우르수스의 트랙터 공장에서 일어난 '일제 직장 포기 사건'으로 검거된 노동자들을 돕고 그들의 권리를 옹호할 목적으로 창립됐다. 이 단체는 81년 자발적으로 해체해 자유노조 '연대'에 합류했다.

미흐니크는 80년 폴란드 공산 정권의 붕괴를 가져온 자유노조 결성에 참가했다가 계엄령 위반으로 구속됐다. 그는 89년 공산당 정부와 자유노조 간의 민주화 원탁협상회의 대표로 참석했다. 공산당 간부 출신이었던 알렉산데르 크바시니에프스키 폴란드 대통령은 미흐니크에게 "원탁회의가 성공적이었던 것은 우리에게 충분한 상상력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미흐니크는 대통령의 이 말은 "당시 원탁협상이 공산정권의 정치적 종말을 가져오리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공산당 측이 회담을 중단했을 것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폴란드에서 자유선거가 처음 실시됐을 때 그는 선거에 직접 참여하는 대신 저술.출판.언론활동에 주력했다. 90년에는 시카고의 폴란드계 미국인 그룹을 통해 100만달러를 기부받아 인쇄매체 2곳을 인수했다. 역사학자이기도 한 미흐니크가 창간한 가제타 비보르차는 폴란드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권위있는 일간지 중 하나다. 비보르차는 선거 또는 선택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동유럽 민주화에 기여한 공으로 그는 서방세계로부터 수많은 상을 받았다. 케네디 인권상, 프랑스 펜클럽 자유상, 에라스무스상 등이다. 미흐니크는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 독일의 슈피겔, 프랑스의 르몽드, 스페인의 엘 파이스 등 세계 유수 언론에 자주 기고해왔다. 저서로는 '폴란드 민주주의의 기회''교회.좌파.대화''폴란드 문제' 등이 있다. 그는 "좌파와 우파의 구분은 없어졌으며 대신 개방사회파와 폐쇄사회파로 나뉜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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