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정책, 강한 외교와 경제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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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푸틴이 지난 1월 1일부터 대통령 직무대행을 맡아온 이래 러시아는 대내외적으로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왔다.

'강한 러시아' 를 내세우면서도 '실용주의' 노선이 확연한 푸틴의 행보와 공약을 통해 아직은 베일에 싸인 푸틴과 러시아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 대(對)체첸전〓푸틴은 체첸 공화국의 독립운동에 강경노선을 견지해 온 덕에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

체첸 반군을 다게스탄 침공.모스크바 폭탄 테러 등의 원흉으로 규정, 서방의 비난에도 아랑곳없이 폭격 등 무력진압을 밀어붙였다.

◇ 군사.국방 정책〓푸틴은 지난달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조건을 보다 완화한 신(新)군사독트린을 공식 승인했다.

1993년에 만들어진 기존의 독트린과 달리 러시아가 대규모 재래식 무기의 공격에 대항, 핵무기 선제공격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 일부 서방 분석가들이 우려하고 있다.

반면 국가두마(하원)는 지난달 몇년간 끌어왔던 제2차 전략핵무기감축협정(START Ⅱ)과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을 비준했다. 이는 또한 푸틴이 의회 장악에 성공했음을 보여줬다.

◇ 외교 정책〓대통령 대행 겸 총리였던 푸틴은 '대통령과 총리가 동시에 나라를 비울 수 없다' 는 규정을 무시한 채 소련의 일원이었던 우크라이나 등과 영국을 방문하며 적극적인 외교활동을 벌였다.

또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과 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 신임 총리 등 많은 외국 인사들을 모스크바와 상트 페테르부르크 등에서 접견했다.

그러나 푸틴이 어떤 외교를 지향하는 지는 아직 모호한 부분이 많다.

◇ 경제〓국가 기관의 통제력 회복과 함께 시장경제의 유지를 동시에 약속한 채 구체적인 정책은 아직 도입된 것이 없다.

다만 그가 대선 이후 발탁한 정치.경제 자문들은 상당한 자유주의자들. 총리 후보 1순위인 미하일 카샤노프(42) 제1부총리는 대외 부채협상에서 탁월한 솜씨를 보여준 재정 전문가다.

또 푸틴의 상트 페테르부르크 인맥이자 싱크탱크의 핵심인 게르만 그레프 전략연구센터 소장은 현재 연구개발 중인 10개년 경제전략이 매우 극단적인 시장개혁을 포함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최근 대통령 경제자문으로 새로 영입한 안드레이 일랴노프(38)도 전 정부의 경제개혁 속도를 비난해 온 극우 자유경제주의자.

◇ 기타〓푸틴은 최근 농업지역들을 방문, 아직도 지지부진한 농지 개혁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또 범죄와의 전쟁을 통해 질서를 회복하겠다고 밝혀왔으나 이를 위해서 필수적인 올리가르키(과두산업재벌)들의 처리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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