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패트롤] 투신사 '부실털기' 빠른 움직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5월을 여는 금주의 화두는 현대 쇼크와 투신사 구조조정이다.

이 둘은 같은 연결고리 안에 있으며, 금융시장 안정과 직결되는 문제다.

현대 쇼크는 현대가 오너의 사재 출연 등과 같은 '성의 표시' 를 하고, 정부가 증권금융채 발행을 통해 조성한 자금을 현대투신에 낮은 금리로 빌려주는 '준(準)공적자금' 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마무리지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주말 이같은 두가지 해법이 제시되면서 현대 쇼크는 진정 국면을 맞았고, 금주에 현대와 정부 양쪽의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이다.

현대투신이 지난주 발표한 경영정상화 계획에 대해 그동안의 주장을 다시 강조한 수준으로 시장이 평가한데다, 정부 지원 없이 현대투신이 혼자 3조3천억원에 이르는 단기 차입금을 감당하기 어렵다.

정부도 현실적으로 고객이 맡긴 자금이 20조원이나 되는 투신사를 팽개칠 수도 없다.

결국 현대가 추가적인 자구책을 먼저 내놓고, 정부가 저리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현대투신의 실타래가 풀리면 지난주 정부가 이달 중 한국.대한투신에 5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듯 투신사 부실을 해결하는 과제가 빠른 수순을 밟을 것이다.

나라밖으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과연 쪼개질 것인지가 관심거리다.

미국 연방정부와 17개 주정부가 지난달 29일 윈도 중심의 운영체계와 소프트웨어 운용 부문의 두개 회사 분할 방안을 법원에 내면서 미국 정보기술 업계와 월가는 물론 세계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공룡 기업의 분리가 더 많은 선택과 가격하락 등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 것이냐의 여부는 국내의 공정거래법 운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 경제에 인플레 조짐이 나타나면서 5월중 추가 금리인상은 기정사실화됐다.

문제는 폭인데 0.5%포인트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금주에 이뤄질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시카고 연방은행 연설(4일)과 4월 고용통계 발표 내용 등이 16일로 예정된 인상폭을 결정하는 근거가 될 것이다.

국내에서도 단기 콜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장기 금리와 단기 금리차가 벌어지자 기업들이 단기 자금을 많이 쓰면서 시중 자금이 빨리 돌아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그러나 재정경제부는 최근 경기 상승세가 완만해졌고 인플레 압력이 뚜렷하지 않다며 금리인상을 반대하고 있다.

4월중 소비자물가가 0.3% 하락한데다 증시가 현대 쇼크 등으로 허우적거리는 판에 이 문제는 당분간 거론하기 어려울 것 같다.

지난달에도 우리는 수출.입에서 겨우 흑자를 냈다.

이런 추세라면 연간 무역흑자는 정부 전망치(1백20억달러)를 훨씬 밑돌고, 내년부터 다시 적자로 돌아설 수도 있다. 경제도 이제 1학기 중간시험을 치룬 상황이다.

중간고사 성적을 찬찬히 뜯어보면서 기말시험은 물론 연간 성적, 나아가 전반적인 실력 향상에 신경쓸 때다.

양재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