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선거 포상금 써달라"…시민이 1천만원 기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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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름을 감춘 한 시민이 불법선거 신고 포상금으로 써달라며 시민단체에 1천만원을 기탁했다.

23일 오전 11시 경북 포항시 북구 동빈동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 포항협의회(공동대표 曺有鉉 등 5명) 사무실에 40대 후반의 한 여성이 나타났다.

그는 서병철(徐丙喆.36)사무총장에게 정성스레 싼 파란 보자기 하나를 내밀었다. 이 여성은 "길을 지나던 중 검은색 다이너스티 승용차를 운전하던 50대 중반의 남자가 '명함 뭉치인데 공선협 사무실로 전해달라' 고 부탁했다" 고 말했다.

공선협 관계자들이 보자기를 풀어보자 쏟아진 것은 1만원권 1백만원씩 10다발로 묶은 현금 1천만원과 편지 1통. 신분을 묻는 공선협 관계자의 질문에 당황해 하던 이 여성은 "심부름을 했을 뿐" 이라며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총총히 사라졌다.

신분확인을 위해 徐사무총장 등이 사무실 밖으로 달려나갔지만 1층 사무실 입구에서 20m가량 떨어진 곳에 있던 다이너스티 승용차도 쏜살같이 사라졌다.

편지에는 "총선을 앞두고 금전살포나 식사제공 등 부정.타락선거가 판치고 있다" 며 "불법선거 현장을 신고하는 시민에게 포상금을 주는 제도를 정착시켰으면 하는 생각으로 기증한다" 고 적혀 있었다. 또 "남'을 경우는 '으면 포항시에 기증해 불우이웃돕기 기금으로 사용해 달라" 고 썼다.

박철수(朴哲洙.51)집행위원장은 "선관위가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의 불법 선거운동을 고발한 사람에게 사실확인 절차를 거쳐 포상금을 지급하겠다" 고 말했다.

공선협측은 "한 시민의 작은 메아리가 전국적으로 확산돼 맑고 깨끗한 선거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다" 고 밝혔다.

포항〓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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