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피플] 유대인 아줌마가 '넷황제'-WOI社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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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유대인 난민 가정출신 가정주부가 불혹의 나이에 인터넷 사업을 시작해 6년만에 1백억달러에 이르는 기업가치를 창출해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이번 주에 주식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는 월드온라인인터내셔널(WOI)의 최고 경영자 니나 브링크(47)가 그 주인공. 브링크는 1994년 WOI를 창립한 이후 7년만에 총자산 1백7억달러의 유럽 최대 인터넷기업으로 키워냈다.

WOI는 현재 영국.프랑스 등 14개국에 걸쳐 1백50만명의 등록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뉴스.스포츠.여행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매출액은 6천5백72만달러. 특히 통신분야에 경쟁력을 갖고 있어 지난해 매출액 중 59%를 이 분야에서 기록했다. WOI의 매출액은 올해 4억2천만달러, 2001년에 4억8천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지는 이러한 매출규모가 세계적인 인터넷기업 아메리칸온라인(AOL)이나 넷스케이프 등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것으로, 브링크는 주식상장과 동시에 세계 최고의 인터넷 부호에 합류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브링크는 자신이 40대의 나이에 최첨단 인터넷 사업에 성공한 것은 "평범한 주부의 길을 거부하고 새로운 인생을 자신있게 선택한 결과" 라고 말했다.

WOI를 창립할 때도 두번째 결혼을 앞두고 전업주부를 원하는 남편과 갈등을 겪었으나 끝내 설득, 자신의 길을 고수했다는 것이다. 15년간에 걸친 첫 결혼생활을 포기한 것도 남편이 자신의 사회적 진출을 탐탁히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당당히 말할 정도다.

WOI라는 회사 이름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앞서가고 있는 AOL에 맞서 더 많은 네티즌을 끌어들이겠다는 의도로 선택한 것이다. 시작은 늦었지만 선두를 흉내내기보다는 과감하게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는 각오이다.

브링크는 53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부모는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나치의 박해를 피해 독일을 떠난 유대인 난민이었다. 때문에 브링크도 세살때부터 부모를 따라 캐나다.독일.벨기에 등을 전전했다.

16세때 아버지마저 세상을 등지며 궁핍한 유랑생활은 계속됐지만 오히려 이때의 경험이 인터넷 사업에 많은 도움이 됐다. 변화하는 환경에 대해 빠르게 적응하고 주변사람들과 쉽게 친해지는 수완을 배웠다는 것이다.

브링크는 오전 6시에 일어나 1백여통의 e-메일을 처리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하루에 15~16시간 일을 하고 잠자는 시간은 3~4시간에 불과하다. 항상 바쁜생활에 시달리지만 스스로 선택한 분야에서 성공했다는 성취감으로 행복해하고 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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