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전 청장이 돈 주려한 실세 그가 누군지 남편이 법정서 밝힐 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그림 강매’ 혐의로 구속된 국세청 안원구(49) 국장의 부인인 홍혜경(49)씨가 “2007년 12월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이 대구지방국세청장이던 남편에게 국세청 차장 자리를 제의하면서 3억원을 요구했었다”고 주장했다.

가인갤러리 대표인 홍씨는 21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한 청장이 ‘정권 실세에게 갖다 줄 10억원을 만들어야 하는데 내가 7억원을 할 테니 3억원을 만들어라. 그러면 차장에 중용하겠다’고 했으나 남편이 고심하다 행시 기수가 5기나 차이 나는 선배들을 제치고 차장이 될 이유가 없다며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듬해 3월 한 청장이 단행한 인사에서 남편은 직급상 3단계 아래인 서울지방청 세원관리국장으로 발령 났다”며 “그 직후에도 한 청장이 ‘다음 번에 명예회복을 시켜 주겠다’며 재차 3억원을 요구했었다”고 주장했다.

홍씨는 또 2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전 청장이 돈을 주려고 했던 정권 실세가 누구인지는 남편(안 국장)이 법정에서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7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 당시, 베트남 국세청을 통해 알아낼 게 있다며 한 전 청장이 안 국장을 무리하게 조사 팀에 투입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후 한 전 청장은 남편에게 사표를 종용했고 그가 ‘그림 로비’ 의혹으로 사퇴한 이틀 뒤(올해 1월 21일) 인사에서 남편은 미국 교육 파견 대상자로 발령 났다”며 “감찰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사표 제출 요구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 전 청장은 국세청 차장이던 2007년 3월 전군표 당시 청장에게 고(故) 최욱경 화백의 추상화(‘학동마을’) 한 점을 인사로비용으로 선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의혹은 전 전 청장의 부인이 가인갤러리에 최 화백의 그림을 팔아달라고 내놓으면서 알려졌다.

한편 국세청은 안 국장을 직위해제하고 징계할 방침이라고 22일 밝혔다.

조강수·박유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