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김선영 '달노래'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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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다 벗어버리고

환한 빛만 남기리다

도망가는 네 발목까지

금빛 눈웃음 매달아 주리라

어두운 수풀

발에 채이는 돌멩이까지

잘 비추며

사랑하는 사람아

가거라

미웠던 이에게는 손을, 더운 손을

이쁜 이에게는 평안을, 더욱 평안을

-김선영(62) '달노래' 중

정월대보름이다. 오늘밤 만월은 솟아올라 모든 이의 머리 위에 축복을 얹어주리라. 어린날 동산에 올라 달맞이를 하며 나는 무엇을 빌었던가. 어머니의 기도는 또 얼마나 깊은 우물이었던가. 김선영은 스스로 다 벗어버린 달빛이 되어 사랑하는 이의 도망가는 발목에 금빛 눈웃음을 매달아 주며 평안까지 소원하고 있다. 예쁜 것은 돌아서는 사람이 아니라 보내는 이의 마음이다.

이근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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