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벗어버리고
환한 빛만 남기리다
도망가는 네 발목까지
금빛 눈웃음 매달아 주리라
어두운 수풀
발에 채이는 돌멩이까지
잘 비추며
사랑하는 사람아
가거라
미웠던 이에게는 손을, 더운 손을
이쁜 이에게는 평안을, 더욱 평안을
-김선영(62) '달노래' 중
정월대보름이다. 오늘밤 만월은 솟아올라 모든 이의 머리 위에 축복을 얹어주리라. 어린날 동산에 올라 달맞이를 하며 나는 무엇을 빌었던가. 어머니의 기도는 또 얼마나 깊은 우물이었던가. 김선영은 스스로 다 벗어버린 달빛이 되어 사랑하는 이의 도망가는 발목에 금빛 눈웃음을 매달아 주며 평안까지 소원하고 있다. 예쁜 것은 돌아서는 사람이 아니라 보내는 이의 마음이다.
이근배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