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목장의 소들이 농약과 화학비료를 주지 않고 기른 유기농 풀을 먹고 있는 모습. [안성식 기자]
범산목장도 처음엔 여느 우유 목장과 다름없었다. 그러다 2002년 우유파동이 몰아닥친 게 유기농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우유 공급 과잉으로 시세가 폭락하자 업체들은 낙농가의 생산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실시했다. 하루 6t가량 우유를 짜던 범산목장은 이를 절반으로 줄여야 했다. 기르던 젖소를 내다팔지 않고는 사료값 등 목장 운영비를 제대로 대지 못할 판이었다.
목장을 세운 고민수(59) 대표는 그때 유기농의 길을 택했다. 당시만 해도 제대로 된 유기농 목장이 거의 없던 시절이다. 뭔가 다른 우유를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감에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택했다. 마침 불어닥친 ‘웰빙’ 바람이 도움이 됐다.
강원도 횡성 범산목장 연구원들이 우유 속세균을 검사하고 있다.
2007년에는 당시 횡성군 서원면 목장 근처에 골프장이 들어서자 혹시 골프장에서 뿌리는 제초제 등이 젖소에게 영향을 줄까 봐 그해 말 군내 우천면으로 목장을 옮겼다. 지난해엔 국제유기농인증(IFOAM)을 받았다.
현재는 사료 재배지를 포함해 56만㎡(17만 평) 목장에서 젖소 260마리를 키운다. 올해 60억원 매출을 예상하니, 젖소 한 마리가 2300만원가량을 벌어주는 셈이다. 보통 젖소 한 마리의 연간 우유 생산액(650만원)의 3.5배다.
범산목장은 파스퇴르 외에 두레유기농, 초록마을 브랜드의 우유·요구르트도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직접 만들어 공급한다. 이 부장은 “아이스크림 같은 고부가가치 유가공 제품 생산을 늘리고, 범산목장 자체 브랜드 제품을 출시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횡성=권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