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항 제기능 잃어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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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서해안의 대표적인 항만 중 하나인 전북 군산항이 제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금강 하구둑 건설후 황토.바닷모래 등이 대량으로 쌓이면서 수심이 크게 낮아져 대형선박이 접안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對)중국.환황해권 전진기지로 키우려는 정부의 계획에 차질이 우려 되고 있다.

17일 군산지방해운항만청에 따르면 1990년 10월 금강 하구둑이 건설되면서 군산항의 조류 흐름이 나빠져 강 상류에서 내려온 황토와 먼 바다로부터 밀려온 바닷모래가 항구 안에 쌓이고 있다.

퇴적량은 외항에는 해마다 평균 67㎝, 내항엔 34㎝씩이나 된다.이는 하구둑 건설 전보다 3배나 많은 양이다.

현재 군산항의 수심은 8~10m로 대형선박이 드나들 수 있는 최저 수심 11m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같은 서해안에 있는 인천항은 갑문시설을 갖춰 수심을 최고 13m로 유지해주고 있다.

이에 따라 군산항은 2만t급 이상의 대형선박들이 인천.목포항 등서 1차 하역 후 입항하거나 외곽에서 만조 때까지 기다렸다 입항하는 경우가 많다.

입항 후에도 간조 때는 외곽으로 나갔다 만조 때 다시 들어오는 바람에 하역작업이 자주 중단돼 입항 자체를 기피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내항은 간조 때면 밑바닥의 퇴적층이 그대로 드러나 보일 정도다.

이 때문에 연안 섬을 운항하는 조그만 여객선들조차 예정 시간에 입.출항 하지 못해 한 달 평균 20차례 이상 운항시간을 조정하고 있다.

군산지방해운항만청은 해마다 30만t의 토사를 파내고 있으나 선박이 오가는 길의 수심을 제대로 확보하는 데도 부족한 양이다.

군산지방해운항만청 관계자는 "토사 퇴적 문제가 날로 심각해져 정부에 준설해 군장국가산업단지 조성에 사용하도록 요청했다" 며 "퇴적을 줄이기 위한 근본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고 말했다.

군산〓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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