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음악감독 마이클 틸슨 토머스 '롤링스톤즈'지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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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21세기 음악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작곡가 겸 지휘자로 세계에서 가장 바쁜 음악인 중 한 명인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음악감독 마이클 틸슨 토머스(55)가 미국의 팝전문지 '롤링 스톤즈' 최근호와 가진 특별 인터뷰에서 미래의 음악에 대한 자신의 전망을 밝혀 화제다.

로스앤젤레스 태생인 토머스는 25세때 쿠세비츠키 지휘콩쿠르에 우승, 보스턴심포니 부지휘자, LA필하모닉 수석객원지휘자를 지냈으며 현재 마이애미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청소년교향악단인 뉴월드심포니.삿포로 태평양음악제 예술감독과 런던심포니 수석객원지휘자를 겸하고 있다.

번스타인의 뒤를 이어 71~76년 뉴욕필하모닉의 청소년음악회를 이끌었으며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와도 '가족음악회' 를 기획, '젊은 번스타인' 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의 요지.

- 요즘 대형 CD매장에서 가보면 2백장짜리 모차르트 전집, 1백80장짜리 바흐 전집 등 클래식 음반이 많이 나와있다. '아침에 듣는 모차르트' '발렌타인데이에 듣는 비발디' 등의 제목을 단 CD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물론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혹시 질리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릴 때부터의 음악 경험이다.'명상을 위한 모차르트' 같은 음반 덕분에 음악의 생활화가 가능해졌지만 대중 취향으로 과장해서 만든 싸구려 음악이라면 문제가 다르다. 자극적이고 달콤하게 느껴질지는 몰라도 음악적 자양분은 없다. "

- 음악이 과연 우리에게 무얼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나.

"모든 음악은 자장가.세레나데.춤곡.종교음악.노동요.행진곡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여기에 화음과 리듬.선율을 가미하고 형식을 부여한 것이 클래식 음악이다. 이 뿌리를 잃어가고 있다. "

- 록큰롤이 당신의 음악세계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젊었을 때는 운전하면서 록음악을 듣곤 했다. 봅 딜런.롤링 스톤즈.조니 미첼은 무척 좋아하는 편이지만 니르바나의 음악은 도대체 납득할 수 없다. '클래식' 이란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이든, 거슈윈의 '세련된 여인' 이든 들을 때마다 뭔가 새로운 것을 느낄 수 있는 음악이다. 특정한 시간과 장소.시대를 반영하면서도 동시에 초월하는 것이 클래식이다. 1백50년 전에 작곡된 베토벤의 음악은 과대 광고를 하지 않더라도 애써 듣고 싶어하지 않는가. 인간의 심성을 이끌어주는 힘, 메시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섹스와 마약.록큰롤이 끝나면 결국 클래식 음악이 남게 될 것이다. "

- 젊은 음악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음악가의 생애는 평생 공부하고 연습하는 것이다. 끊임없는 정신적.육체적 훈련이다. 음악을 만드는 것이 생존에 필수적인 것임을 느낄 때 비로소 음악가가 되는 것이다. 음악의 '히포크라테스 선서' 인 셈이다. 사람들은 많은 CD플레이어, 레코드 플레이어, 비디오 플레이어를 갖고 있다. 더 이상의 플레이어는 필요 없다. 음악가가 필요한 것이다. 이들에게 클래식 음악의 미래가 달려 있다. "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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