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일현씨 노트북 삭제파일 복구 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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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언론장악 문건' 고소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검 형사3부(權在珍부장검사)는 9일 문건 작성자인 문일현(文日鉉)씨를 상대로 이틀째 철야조사했다.

검찰은 文씨가 문건 작성에 사용한 노트북 컴퓨터가 이날 오후 베이징(北京)에서 도착함에 따라 중앙일보측으로부터 임의제출 형식으로 넘겨받아 컴퓨터에 저장된 각종 파일 분석에 들어갔다.

검찰은 文씨의 노트북 컴퓨터 파일이 상당부분 삭제됐을 것으로 보고 컴퓨터 범죄 담당검사와 수사관을 동원, 삭제된 파일의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文씨는 검찰에서 "컴퓨터가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는 것은 아니다" 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文씨가 지난 3일 회사를 사직하면서 베이징 특파원에게 컴퓨터를 반납했다" 며 "컴퓨터에 수록된 내용을 확인하면 문건 작성 동기 등 사건 해결의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 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또 SK상사 중국본부를 통해 중국 전화회사 '차이나 텔레콤' 의 통화내역서를 입수, 文씨가 통화한 국내 인물들을 추적하고 있다.

이 통화내역서에는 지난 8월 21일부터 10월 20일까지 文씨가 휴대폰을 이용, 통화한 일시와 상대방 전화번호 1백80~1백90개가 적혀 있다.

검찰은 文씨에게 휴대폰을 빌려준 SK상사 중국본부 金모(41)부장을 이날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文씨의 고교.대학 동기동창인 金씨는 최근 집안 일로 일시 귀국했다.

金씨는 검찰에서 "文씨가 8월 말 이사를 가면서 집 전화가 끊기는 바람에 출장자들을 위해 사무실에 예비로 확보해 두고 있던 휴대폰을 빌려줬다" 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金씨는 또 "文씨가 사용한 통화요금은 현지 근무자의 휴대폰 요금과 합산, 회사에서 일괄 지불했다" 며 "한나라당 이신범(李信範)의원이 폭로한 통화내역은 SK측에서 제공하지 않았다" 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文씨는 검찰에서 "문건 작성에 다른 사람이 일절 개입하지 않았으며, 평소 언론개혁에 대한 소신에 따라 문건을 작성했다" 고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文씨가 조사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 고 말해 수사에 진전이 있음을 암시했다. 그러나 검찰은 文씨가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에 대해서는 수사상 보안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김상우.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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