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운드 협상 쟁점 뭔가] 한우·수산물등 기반 붕괴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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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내 농업은 이미 뉴라운드의 태풍권에 접어들었다. 우선 이번 협상의 정식 의제는 아니지만 국내 쌀시장 전면개방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농산물 보조금 및 관세 삭감문제는 뜨거운 이슈로 등장했다.

미국과 식량수출국기구인 케언스그룹은 이미 그들의 입장을 의장 선언문 초안에 대부분 반영해 놓은 상태다.

이 방안대로 협상이 진행돼 농업보조금과 관세를 대폭 삭감할 경우 국내 추곡수매제도의 빠른 위축과 수입농산물의 범람으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관세 삭감은 고추.마늘.양파 등 국산 비중이 큰 농산물 시장체계의 기반을 흔들 수 있다. 우루과이라운드(UR) 농산물 협상에서 예외적으로 인정받은 개도국 지위도 위협받고 있다.

개도국 지위를 잃고 선진국 대열에 포함되면 시장개방폭.관세인하비율 등에서 더욱 큰 폭의 양보를 해야 한다.

더구나 의장 선언문 초안은 과감하고 빠른 관세 및 보조금 감축을 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으로선 무엇보다 쌀시장 개방 문제가 가장 큰 걱정거리다.

정부.여당으로선 워낙 민감한 문제인데다 총선을 앞두고 이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는 쌀시장 개방 문제가 이번 협상의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UR 농업협정문에 따르면 한국의 쌀에 대한 관세화 유예조치의 연장 여부는 2004년에 가서 다루도록 돼 있다.

그러나 차기 협상에서 농산물 수출국들이 이 규정을 없애자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쌀 관세화 유예조치의 동반자였던 일본마저 자국내 쌀 재고 증가를 이유로 지난해 12월 관세화 유예조치 중단을 선언, 올 4월부터 높은 관세(1천1백%선)를 매기면서 이미 쌀 시장을 개방한 상태다.

쌀과 함께 한국 농업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한우도 문제다. UR협상에서 쇠고기는 2001년부터 완전 수입 개방하면서 관세를 현행 42.8%에서 41.6%로 낮추도록 돼 있다.

그런데 의장 선언문 초안에서 드러났듯 수출국들이 쇠고기에 대해서도 관세를 대폭 낮추자고 요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수입 쇠고기가 더욱 싼 가격으로 들어와 한우의 가격경쟁력이 더욱 약화될 수 있다.

수산물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지난해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회담에서 수산물 3백20개 품목 중 85%를 2001년부터 조기 개방하겠다고 밝힌 데다 관세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공산품과 함께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문제다.

협상방식에 대해 한국과 일본만이 수산물도 농산물처럼 별도 의제로 분리하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수적으로 절대 열세여서 개방 정도가 훨씬 강한 공산품과 함께 일괄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APEC에서의 조기개방 발언이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당시 일본은 국내사정을 이유로 1년간 협상유보를 선언했고 중국도 수산물 12%만 개방의사를 밝혔다.

이 문제는 일본의 반발로 뉴라운드로 넘어왔지만 한국은 이미 공개적으로 내놓은 개방안을 거둬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쟁국 움직임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성급하게 대외 이미지만 고려한 결과다. 물론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더라도 2002년까지 3년의 시한이 있어 당장 내년부터 추가로 농.수산물 시장이 대폭 개방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초기 협상에 실패할 경우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클 수밖에 없다.

양재찬.이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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