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들 ‘헤쳐 모여’로 세 불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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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통신 ‘대전(大戰)’이 불붙은 가운데 SK와 LG의 통신 계열사들이 ‘헤쳐 모여’에 나섰다. 이는 KT가 올 6월 이통통신 자회사인 KTF를 합병한 뒤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하지만 KT가 14일 파격적인 유·무선 통합 서비스(FMC)를 내놓으며 선제공격에 나서면서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LG는 15일 관계사 이사회를 열어 LG 통신 3사의 합병을 공식 결의하고 이상철(61) 전 정보통신부 장관을 통합 법인 대표로 영입했다. SK텔레콤도 유·무선 통합 서비스를 강화하며 통신 자회사의 합병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LG ‘스리콤’ 합병 가속화=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 3사는 내년 1월 ‘LG텔레콤’ 통합 법인으로 거듭난다. 세 회사는 15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했다. 3위 이통 업체인 LG텔레콤이 인터넷전화(VoIP)·인터넷TV(IPTV) 사업을 하는 LG데이콤과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하는 LG파워콤을 흡수합병하는 형식이다. 합병 비율을 보면 LG데이콤 보통주 한 주당 통합 LG텔레콤의 보통주 2.149주를, LG파워콤 보통주 한 주당 통합 LG텔레콤의 보통주 0.742주를 준다. 김상돈 LG텔레콤 상무는 “16일 방송통신위원회에 합병 인가를 신청하고, 다음 달 27일 합병 승인 주주총회를 열어 내년 1월 1일자로 통합 법인인 ‘LG텔레콤’을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자산 7조8818억원, 매출 7조7190억원, 영업이익 6850억원의 유·무선 종합통신회사가 탄생한다.

합병 법인의 최고경영자(CEO)에는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이상철씨가 내정됐다. 역시 정통부 장관을 지낸 이석채(64) KT 회장과의 한판 승부가 주목된다. 이상철 전 장관은 KT 사장을 지냈고 최근까지 KT의 자문단 활동을 해 경쟁사 KT를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제한된 시장을 놓고 통신 업체들이 경쟁하기보다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처럼 융합(컨버전스)과 지능화(인텔리전스)를 결합한 새로운 서비스로 동반 성장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의 맞불=KT가 회심의 차세대 서비스로 내놓은 FMC 분야를 적극 공략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15일 서울 을지로 본사에서 기상청과 ‘모바일오피스 공동 추진 업무협약’을 하고 연내 기상청 본청에 FMC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의 FMC 도입은 국내 처음이다. 김순영 상무는 “일반 기업과 전산 시스템이 다르고 보안 문제에 더욱 민감한 공공 분야에서 인터넷 기반의 이통 서비스가 들어간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도 KT처럼 FMC 서비스를 조만간 개인 고객에게 확대할 예정이다.

SK 내 통신 계열사 간의 영역 조정에도 나서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상반기에 전용선 사업을 SK텔레콤에 넘긴 데 이어 최근에는 9만 회선의 인터넷전화 사업을 SK브로드밴드에 넘기기로 했다.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합병하는 정지작업이 아니냐고 업계는 보고 있다. 통합 법인은 과세 문제 등을 감안해 내년 봄 이후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를 합치면 SK텔레콤의 자회사로 국제전화와 인터넷전화 사업을 하는 SK텔링크에 대한 합병 논의도 이어질 전망이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매출을 더하면 13조원 수준이지만 전용선 인수 등을 감안하면 16조원을 웃돌아 KT(20조원)에 맞먹는 대형 업체가 된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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