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축구팀 수술 '시늉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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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대한축구협회가 아직도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협회는 29일 기술위원회를 열고 오는 3일 중국전에 정대훈(22.포철)만을 보강한 22명의 선수명단을 발표했다.

허정무 감독은 "수비진 보강을 위해 정대훈을 윙백으로 투입할 것" 이라고 말하고 "대전 김은중, 부산 전우근, 수원 고종수는 상비군으로 선발했지만 대중국전에는 출전하지 않는다" 고 밝혔다.

고종수는 무릎부상 회복에 2~3주 걸려 출전할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김은중.전우근이 최철우.이동국.신병호 등 기존멤버와 위치가 중복돼 출전할 수 없다는 설명은 납득할 수 없다.

김은중은 이동국과 청소년대표팀시절 투톱으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일본 대표팀 필립 트루시에 감독은 "프로선수들은 하루이틀이면 호흡을 맞출 수 있다" 며 그동안 필요할 때마다 프로선수를 즉각 선발해 왔었다.

특히 이탈리아에서 활약하는 나카타 등을 대회 1주일전에 불러들여 이틀정도 호흡을 맞췄을 뿐이다.

올림픽 본선 4회 진출이라는 대명제를 눈앞에 두고 한국올림픽팀이 총체적 난국에 부닥쳤다는 사실은 두차례 대일본 평가전을 통해 온국민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게임 메이커 부재, 수비진 부실, 경험부족의 아마선수 등이 전문가가 지적하는 총체적 부실의 원인이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가 기술위원회까지 열고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이들을 제외시킨 것은 아직도 문제의 심각성을 뼈저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축구전문가들은 "중국팀은 전원 프로선수인데 비해 한국팀은 이동국.김도균.정대훈 세명뿐" 이라며 "프로와 아마는 경험이나 기량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며 기술위원회의 고집스런 결정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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