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맞는 펀드 골라잡기] 법적 근거 없는 상품 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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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헤지 (hedge) 펀드.벌처 (vulture) 펀드.벤처 (venture) 펀드.뮤추얼 (mutual) 펀드 등 각양각색의 펀드들이 쏟아지면서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영어나 경제 관련 상식이 많지 않은 사람들은 자칫 펀드란 말만 보고 모두 같은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재테크 전문가들은 "큰일날 소리" 라고 지적한다.

대부분은 법령에 따라서 정식 인가를 받은 것이지만 일부 펀드는 법적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이어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화 (李相和) 동원증권 프라이빗뱅킹팀장은 "투자자 본인외에는 아무도 책임져 주는 사람이 없다" 며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를 해야 뜻밖의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 어떻게 구별하나 = 일반적으로 '펀드' 라고 하면 특별한 투자 대상을 정한뒤 여러 사람에게 돈을 모으고 수익이 나면 이를 투자비율대로 나눠주는 금융상품을 말한다.

펀드중에는 주식.채권 등 유가증권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많다. 이는 다시 수익증권과 뮤추얼펀드로 나뉜다. 수익증권은 투자신탁회사.종합금융회사 인가를 받은 곳에서만 만들 수 있다. 상품의 판매는 투신.종금사외에 증권사도 할 수 있다.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것은 채권형,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것은 주식형이라고 부른다.뮤추얼펀드의 정식 이름은 증권투자회사다.

유가증권에 주로 투자한다는 의미에서 '증권투자' 란 말이 붙고, 상법상 회사의 형태를 취한다는 의미에서 '회사' 란 말이 붙었다.

자산운용회사의 인가를 받은 곳에서만 뮤추얼펀드를 만들 수 있다. 투신사가 자산운용회사를 겸하는 곳도 있지만 '박현주펀드' 의 미래에셋처럼 뮤추얼펀드만 전문으로 하는 곳도 있다.

수익증권과 뮤추얼펀드는 모두 금융감독원에서 인가도 내주고 관리.감독도 한다.

벤처펀드와 벌처펀드는 수익증권.뮤추얼펀드와 성격이 전혀 다르다. 벤처펀드는 창업투자조합이 정식 이름이고 창업투자회사가 만든다.

벤처기업에 주로 투자하는데 투자 기업이 성공하면 큰 이익을 낼 수 있지만 실패할 경우에는 투자한 돈을 모두 날릴 수도 있다. 투자 위험이 매우 크다는 얘기다. 관리.감독은 중소기업청에서 한다.

최근 와이즈 - 내일 인베스트먼트사 (社) 는 와이즈 - 내일1호라는 이름의 벤처펀드를 만들겠다고 대대적인 광고를 했다. 이에 대해 중기청 관계자는 "벤처펀드에 대해 광고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 그러나 광고 내용중 자칫 투자자들을 현혹시킬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주의해달라고 회사측에 요청했다" 고 말했다.

중기청은 현재 벤처펀드의 투자자를 50인 미만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입법 예고한 상태다.

벌처펀드의 법적인 이름은 기업구조조정조합이다.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서 부실회사의 주식.전환사채 등에 주로 투자한뒤 이 회사가 살아나면 주식 등을 팔아서 큰 이익을 내게 된다.

물론 해당 회사가 살아나지 못하면 투자한 돈을 고스란히 날릴 가능성도 있다. 산업자원부에서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 인가를 받은 곳만 이런 펀드를 만들 수 있다.

◇ 주의해야 할 펀드 = 헤지펀드와 부동산 뮤추얼펀드는 법적인 근거가 없는 상품이다. 따라서 감독기관이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각별히 주의를 해야 한다.

헤지펀드는 소수의 투자자에게 사적 (私的) 으로 돈을 모아서 유가증권에 투자하는데, 과감한 투자를 서슴지 않기 때문에 이익이 나면 크게 나지만 손해가 나면 원금을 모두 날릴 수도 있다. 미국의 소로스펀드.타이거펀드 등이 유명하다.

파이낸스 업계에서 비교적 규모가 큰 삼부파이낸스는 국내 최초로 헤지펀드를 만들겠다고 선전했다가 금융감독원의 제지를 받았다. 헤지펀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널리 자금을 모으는 행위를 할 수 없는데, 삼부는 대대적으로 광고도 하고 투자설명회도 열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광고나 투자설명회 그 자체로는 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정식으로 돈을 모아서 펀드를 조성하게 되면 처벌을 받게 된다" 고 말했다.

부동산 뮤추얼펀드는 건설교통부에서 제도 도입을 신중하게 검토했으나 현재 실시 시기를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따라서 지금 부동산 뮤추얼펀드라는 이름을 붙인 상품이 있다면 모두 법적인 근거가 없는 것들이다.

다수의 일반 투자자에게 돈을 모은다는 점에서 뮤추얼펀드와 비슷하지만 투자 대상이 부동산이란 점에서 다르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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