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실직 이긴 여자핸드볼대표 골키퍼 이남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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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유연한 발놀림과 탁월한 순발력, 그리고 1대1 상황에서 동물적 감각으로 대포알 같은 슛을 막아내는 방어능력 등 3박자를 고루 갖춘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 골키퍼 이남수 (23.제일화재).

그녀가 이제 소리없이 '2인자' 꼬리표를 떼어내고 자신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이남수는 그동안 90년대를 주름잡았던 선배 문향자.오영란의 그늘에 가려 좀처럼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남수는 지난달 19일 막을 내린 서울컵 국제여자핸드볼대회에서 주전 골키퍼로 맹활약, 한국 우승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86년 운동을 시작한 이남수의 핸드볼 인생은 눈물과 시련으로 얼룩져 있다. 94년 동성제약 유니폼을 입은 이남수는 입단 첫해 전국실업선수권대회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하지만 IMF 한파로 팀이 해체되면서 97년말 한국가스공사로 옮겼으나 여기에서도 실직의 고통을 당한 뒤 올해초 제일화재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특히 이남수는 96년 양쪽 무릎 연골이 파열되는 큰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중단해야 하는 커다란 시련을 맞았다. 운동을 포기하기로 마음먹고 수술대에 올랐다.

그러나 태극마크에 대한 강한 염원이 그녀를 다시 일으켜세웠다. 이남수는 '땀은 결코 배반하지 않는다' 는 믿음으로 고된 재활훈련을 이겨내며 오뚝이처럼 코트에 다시 돌아왔고, 97년 꿈에도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았다.

오영란의 백업요원으로 2년간 활약한 이남수는 올해초 주전 골키퍼로 전격 발탁돼 든든하게 안방을 지켜가고 있다.

5일 호주에서 벌어지는 프레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출국하는 이남수는 "프레올림픽에서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내년 시드니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데 작은 밀알이 되고 싶다" 고 포부를 밝혔다.

김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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