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는 기업실적 따로, 주가 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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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주가가 지속적인 상승세를 탔던 지난 10년 동안 미국의 개인투자자들은 두가지 '투자정석' 만 지키면 큰 돈을 벌었다.

하나는 유명 제품을 만드는 우량 대기업의 주식, 이른바 '블루칩' 을 사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종합주가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움직이는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28일 뉴욕타임스는 "이는 한물 간 투자기법이 되고 말았다" 며 "좋은 회사라고 해서 좋은 주식이 될 수는 없다" 고 단정했다.

굴지의 금융전문회사인 모건 스탠리 딘 위터가 최근 내놓은 2분기 실적 분석이 이를 입증한다.

미 뉴욕 증시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S&P) 500 종목 중 1위에서 100위까지의 주가상승률은 5.2%에 그친 반면 하위 100대 기업의 상승률은 무려 26.5%에 달했다. 회사 이름만 믿고 돈을 쏟아 부은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 셈이다.

반면 일반인들이 듣도 보도 못한 기업의 주가들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 예로 S&P종목 중 최하위권인 전자부품업체 마셜사의 경우 2분기 중 주가가 2배 이상 뛰었다.

또 상반기 중 인덱스 펀드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린 투자펀드의 비율은 70%였다. 이는 10개의 개인 펀드 중 7개가 인덱스 펀드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것을 말한다.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면 적어도 평균 이상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고정 관념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원인에 대해 모건 스탠리의 바이런 위엔 수석연구원은 "개인투자자들이 그동안 너나 할 것 없이 똑같은 전략을 갖고 투자함으로써 S&P내 선호도 상위 50개 주식의 가격이 실제 가치보다 훨씬 고평가됐기 때문" 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뉴욕의 투자관리회사 트레버 스튜어트 버튼 앤드 쟈콥슨의 엘리자베스 밀러 부사장은 " '기업 따로 주가 따로'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고 분석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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