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이슬-米소주등 한여름의 소주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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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맥주가 여름 술이라면 소주는 겨울 술이다.

그래서 소주업체들의 판매 경쟁도 겨울에 치열하고, 여름은 하한기 (夏閑期) 다. 그런데 올해는 한 여름에 때아닌 소주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에 나온 진로의 '참眞이슬露' 가 지금까지 2억병 가까이 팔리는 대히트를 기록하자 위기 의식을 느낀 두산이 최근 '米소주' 로 반격에 나선 것. 대대적인 판촉전이 벌어지고 있고, 상호 비방과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도 끊이질 않고 있다.

두 제품은 모두 기존 소주보다 2도 낮은 23도의 순한 소주라는 점과 질좋은 생수를 썼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만드는 방법이 판이하다. 참眞이슬露는 1천도의 고온에서 구워낸 대나무숯으로 불순물을 걸러 깨끗하다는 것이 진로측의 설명이다. 진로는 '111캠페인' 을 펼치고 있다.

이는 수도권 영업직원 한사람이 매일 1개업소 이상을 방문해 1회 이상 경쟁사 제품을 마시는 애주가들에게 참眞이슬露를 권유하는 판촉전이다.

米소주는 쌀로 만든 증류원액을 2년간 숙성시킨뒤 한번 더 증류하는 재증류공법으로 만들었다. 두산측은 소주의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역한 맛을 없앴다고 강조하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일본.미국 등 선진 주류업계에서 이미 오래전에 자리잡은 백색병을 소주에 과감히 적용했다" 며 "25~35세 연령층이 주타겟" 이라고 말했다.

두산은 현재 서울시내 주요 유흥업소에 米소주 샘플을 대량 제공한데 이어 '길거리 무료시음회' 를 열어 신제품을 널리 알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해양조가 23도의 순한 소주인 '소프트 곰바우' 를 알리기 위해 남자 5명이 알몸으로 둘러앉아 술을 마시는 광고를 내놓아 화제가 되고 있다.

소프트 곰바우는 황토옹기로 여과해 술맛이 부드럽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특히 황토가 원적외선을 일으켜 소주의 잡맛과 잡향을 걸렀다는 것. 이밖에도 경북.대구의 금복주는 '참스페셜' , 경남 무학은 '깨끗한' . '화이트생' , 부산 대선은 '시원' , 전북 하이트는 '연' 을 내놓고 저마다 순한 맛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제조 방법은 제각각이지만, 참眞이슬露의 성공에 자극받아 소주업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순하고, 부드럽고, 깨끗하고, 냄새가 없다' 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소비자들도 입맛에 딱맞는 소주 고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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