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가 공관서 밝힌 '17일 회동' 대화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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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0일 총리공관에서 있었던 김종필 총리와 자민련 총재단 및 당직자 회동은 매우 긴박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金총리는 매우 격분해 있었으며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합당 절대불가' 분위기가 주류였다고 한다.

이 와중에 내각제 강경파들은 金총리에게 내각제 관철을 주문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회동의 고비는 강창희 (姜昌熙).구천서 (具天書).변웅전 (邊雄田).김학원 (金學元) 의원 등 내각제 관철파들이 金총리에게 "내각제가 안되면 총리를 사퇴하라" 고 요구하면서부터. 金총리는 "당신들이 내각제 유보니, 신당창당이니 마음대로 얘기하고 다녀 일이 이렇게 된 것 아니냐" 며 "나는 총리 못한다. 사퇴할테니 당신들이 다 알아서 하라" 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는 것.

당황한 박태준 총재 등이 만류했지만 金총리는 듣지 않고 침실쪽으로 향했다고 한다.

朴총재는 "그러시면 안된다. 공동정부가 깨지고 나라도 힘들어진다" 고 金총리의 마음을 돌려세우기 위해 노력했고, 대부분 참석자들도 같은 의견이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그러나 강창희 총무는 "총리께서 사퇴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고 다소 다른 의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앞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서 金총리는 침울한 표정으로 "내가 하지도 않은 개헌포기니, 합당약속이니 하는 말들이 흘러나갔다" 며 설명을 했다고 한다.

金총리는 "그런데도 의총에서는 내게 함부로 얘기한 사람도 있다" 며 섭섭함을 토로하기도 했다는 것. 金총리는 17일 회동에 대해서도 "대통령을 만났을 때 '비록 야당인 한나라당도 반대는 하겠지만 일단 대통령 발의로 연내 내각제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합시다' 고 했더니 대통령은 '안될 줄 뻔히 알면서 하면 국민을 속이는 일이니 안된다' 고 했다" 고 말했다는 것.

이어 金총리는 "대통령이 '통합을 하자' 고 제안하길래 나는 '양당 3역모임을 통한 당대당 차원에서 논의해보자' 고 말했다" 고 소개했다고 한다.

金총리는 "내 말뜻은 완곡한 거절의 의미였는데 대통령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하자' 고 했다" 고 전한 것으로 다른 참석자는 설명했다.

金총리가 자리를 떠난 후 자민련 총재단과 당직자들은 그대로 공관에 남아 대책을 논의했다.

朴총재가 주재한 이 구수회의에서는 결국 DJT회동에 모두 일임키로 하고 밤 12시쯤 헤어졌다.

강창희 총무는 "모든 것을 세분의 논의결과에 따르기로 했다" 면서 "무조건 따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당을 떠나야하지 않겠느냐" 고 말했다.

3인회동은 박준병 (朴俊炳) 부총재가 제안한 것으로 청와대와 협의끝에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양희 (李良熙) 대변인도 공관을 나서면서 "세분이 내각제 등 현안을 논의할 것" 이라며 "내일 모든 결론이 난다는 것 말고는 다른 할 말이 없다" 고 입을 닫았다.

다른 참석자는 "내일 DJT회동이 성사된 것은 金총리가 사퇴의사를 철회했다는 뜻" 이라며 "이럭저럭 봉합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고 전망했다.

전영기.최훈.박승희.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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