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난민돕기 대국민 서명운동 나선 박순봉 할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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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피난민들이 뒤엉켜 수라장이 된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해요. 탈북 주민들도 아마 그런 심정이겠죠…. "

지난 4월부터 '북한난민보호 유엔 청원운동본부' (공동의장 池德)가 벌이고 있는 탈북주민 돕기 대국민 서명운동에 참여, 9천4백여명으로부터 동참 서명을 받아낸 박순봉 (朴順峰.72.여) 씨.

朴씨는 두달 남짓한 기간중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서명용지가 든 두툼한 봉투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朴씨가 그동안 만난 사람들만 해도 수만명에 이른다.

고향인 황해도 송화를 떠나 남편 (72) 과 함께 6.25 피난 행렬에 끼어 굶주림과 공포에 떨었던 악몽 같은 경험이 朴씨가 탈북동포 돕기 운동에 발벗고 나서게 된 동기.

처음엔 낯선 사람들을 붙잡고 말을 붙이기가 쉽지 않았지만 "용기를 내라" 는 시민들의 격려가 힘이 돼 요즘은 하루 4~5시간씩 지하철.공원.거리 등을 누비고 다닌다.

朴씨는 "수십만 북한 주민이 아사 (餓死) 를 피해 고향땅을 버리고 중국 등 인접국가에 흩어져 강제송환의 공포에 떨고 있다" 며 한 핏줄을 나눈 동포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원운동의 목표는 올해말까지 전세계적으로 '1천만명 서명운동' 을 벌여 탈북 주민들을 국제법상 난민으로 인정해주고 강제 송환을 중단하며, 난민보호시설을 운영할 것 등을 유엔측에 촉구하는 것. 청원운동본부는 이에 따라 지난 4월 16일 발대식을 갖고 전국민 서명운동을 펼쳐 왔다.

朴씨와 같은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지금까지 서명운동에 동참한 사람은 1백여만명에 이른다.

서명을 받으려고 지하철을 타고 종착역까지 수십차례 왕복하기도 했다는 朴씨는 "목표인 1만명을 돌파해도 이를 멈추지 않겠다" 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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