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충돌작전 유래] 임란때 충무공 '당파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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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11일 해군은 '충돌식 밀어내기' 로 북한 경비정을 격퇴시켰다.

포격전을 전개할 수 없는 상황에서 효험을 발휘한 것이다.

배끼리 직접 부딪치는 작전은 컴퓨터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느낌을 주지만 실효성 있는 해군 전술의 하나임에 분명하다.

특히 고속정은 기동력이 뛰어나고 몸집이 가벼워 적선의 꼬리를 물며 밀어내기에 최적이라는 것. 그래서 고속정은 해군의 '돌격선' 으로도 불린다.

밀어내기 현장을 지휘한 해군 2함대사령부 소속 조태만 (趙泰滿) 소령은 "교범에 나와 있는 전술로, 평소 훈련대로 했다" 고 말했다.

충돌작전의 유래는 임진왜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순신 (李舜臣) 장군이 왜군을 물리치는데 사용한 이 전술은 부딪쳐서 파괴한다는 뜻의 '당파 (撞破) 전법' 으로 기록돼 있다.

거북선은 물론 조선 해군의 전함이 왜군 전함보다 단단해 근접전이 벌어질 경우, 적선에 돌진해 부딪치면 왜군의 배가 두동강나곤 했다는 것. 냉전시대 때 미국과 옛 소련 함대간에도 이같은 충돌작전이 구사됐다.

공해상에서 미국 함대들이 대형을 지어 항해할 때 옛 소련 함대들이 갑자기 끼어들어 대형을 흐트러뜨리고 방해하는 일이 많았는데, 미 함대가 소련 함대를 쫓아낼 때 이같은 박치기 전술을 썼다고 한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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