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인사 왜 미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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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4일로 예정됐던 검찰 인사가 연기됐다.

검찰은 박순용 (朴舜用) 검찰총장과 동기인 사시8회 검사장들의 사표제출이 늦어져 이날 오전의 인선작업에 혼선이 생겼고 오후에는 결재권자인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다른 일정이 짜여 있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사시8회의 모 지방검사장이 "고검장급에 먼저 승진해 총장경합을 벌인 다른 동기는 남고 고검장도 못달아본 우리가 나가느냐" 며 반발했다는 후문이다.

또 한때 "김태정 (金泰政) 법무장관의 거취에 변화가 있는 게 아니냐" 는 소문도 나돌았다.

검찰 인사는 주말인 5일 또는 다음주인 7일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4일로 예정됐던 인사여서 개략적인 윤곽은 드러났다.

이번 인사는 金장관과 朴검찰총장의 첫 작품이다.

또 현정권으로서도 사실상 처음 단행하는 검찰 고위간부 인사여서 그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무엇보다 세대교체를 꼽을 수 있다.

신임 朴총장이 몇기수를 훌쩍 건너뛰어 총장에 임명됐고 선배.동기인 고.지검장 11명이 무더기로 옷을 벗어 검찰 간부들은 훨씬 젊어질 전망이다.

대검차장엔 사시9회인 신승남 (愼承男) 검찰국장의 승진이 확실시되고 법무차관엔 잔류한 8회 김수장 (金壽長) 서울지검장, 법무연수원장은 최경원 (崔慶元) 법무차관의 배치가 예상된다.

나머지 지방고검장 다섯 자리를 사시9~10회의 6명이 나누는데 여기서 탈락한 1명은 옷을 벗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지검장엔 사시11회인 이명재 (李明載) 대검중수부장이 유력하다.

李중수부장은 朴총장과 같은 TK 출신이란 점이 부담이었지만 선두주자임이 고려됐다고 한다.

부산. 대구. 인천 등 주요 지검장엔 11회 동기인 법무부의 김경한 (金慶漢) 교정국장.김영철 (金永喆) 법무실장과 진형구 (秦炯九) 대검공안부장이 포진할 전망이다.

사시12회가 검찰의 주요 포스트를 장악한 핵심 기수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검찰국장과 중수부장의 두 핵심요직을 놓고 임휘윤 (任彙潤) 대검강력부장과 신광옥 (辛光玉) 법무부보호국장이 자리나누기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중수부장엔 이종찬 (李鍾贊) 전주지검장도 거론된다.

공안부장엔 대검의 김승규 (金昇圭) 감찰부장.한부환 (韓富煥) 총무부장이 거명되고 있다.

이번 인사에선 검사장이 맡던 법무부 교정국장직을 교정직에 넘겨줬다는 점이 눈에 띈다.

검찰로선 총 41자리이던 검사장급이 40자리로 줄었다.

교정직급의 숙원사업이 해결된 셈이다.

법무부와 검찰은 이번 인사에서 대대적인 발탁의 '새로운 인사패턴' 이 정립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과거에는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한 동기들을 좋은 자리에 배치했는데 이번엔 '아니다' 는 것이다.

이는 사시 15회를 염두에 둔 말로 동기생이 무려 15명이나 된다.

사시15회의 선두그룹으로 서울지검 1~3차장을 맡고 있는 이정수 (李廷洙).황선태 (黃善泰).김규섭 (金圭燮) 차장검사와 김종빈 (金鍾彬) 대검기획관.정진규 (鄭鎭圭) 부산지검차장 등의 검사장 입성이 유력하다.

그 경우 나머지 동기생들의 거취에 따라 후속인사 태풍이 불 수도 있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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