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대기업이 서민 돕는 건 생산적 도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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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명박 대통령은 17일 “대기업이 가장 어려운 계층에 직접 도움을 주는 것은 생산적 도움”이라고 말했다. 서울 청진동 소액서민금융재단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다. 이날 회의에서는 대기업·금융회사가 앞으로 10년간 기부할 2조원으로 저소득층·영세소상공인·신용불량자 등에게 무담보 소액대출을 해주는 ‘미소(美少) 금융 확대방안’이 발표됐다.

이 회의에 앞서 이 대통령은 우선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에는 미약하게나마 봄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 같은데 서민들은 아직 찬 겨울바람에 있는 것 같다”고 현재의 경제상황을 진단했다. 그런 뒤 “‘마이크로 크레디트 뱅크 재단’인 미소재단을 만들어 2조원을 전국 서민들에게 골고루 지원하려고 한다”고 미소금융사업을 소개했다. “현대사 60년 역사상 처음으로 민간에 의한 직접 서민금융을 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저리금융으로 소액이지만 (대기업과 금융회사들이 서민의) 재활을 지원하는 것은 여러 가지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다”며 “사회 전체가 화합하고 인정하는 사회로 가는 길목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사회통합이 장기적으로 대기업의 경제활동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미소금융사업이 ‘생산적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이 대통령의 설명이었다.

또 이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진심으로 우리가 ‘없는 사람들을 돕는다’는 애틋한 심정이 있어야 한다”며 “한번 잘살아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소상공인, 영세상인을 비롯해 어려운 서민들에게 우선적으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잘 운영해 달라”고도 덧붙였다.

이 밖에 이 대통령은 미소금융사업의 부채상환율이 낮을 것이란 사회적 우려에 대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몇십만원 몇백만원 빌린 사람은 제때 갚지 못하는 일은 있어도, 반드시 갚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방어했다. 그러고는 “약한 사람들은 (급할 때 돈을 꿔준 데 대해) 고마움과 절박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재단 방명록에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길잡이가 되어주기 바랍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날 회의에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진동수 금융위원장과 조석래 전경련 회장, 신동규 전국은행연합회장 등이 참석했다. 또 민간 마이크로 크레디트 기관장과 무담보 소액대출로 창업에 성공한 업체 대표 등도 참석했다. 조 회장은 “재계에서 할 수 있는 한 이 제도의 성공을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민일영 신임 대법관과 전임자인 김용담 전 대법관을 청와대로 초청, 각각 임명장과 훈장을 수여했다. 또 이상의 합참의장 등 대장 진급자 6명으로부터 진급 신고도 받았다.

남궁욱 기자

◆미소(美少)금융사업=대기업과 금융회사들이 참여하는 2조원대 소액서민금융 사업을 뜻하는 신조어. 정부는 무담보 소액대출을 뜻하는 ‘마이크로 크레디트(micro-credit)’를 우리말로 순화하면서 아름다운 사회적 책임의 이행이라는 뜻을 덧붙여 ‘작을 미(微)’ 대신 ‘아름다울 미(美)’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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