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곡미술관 14~16일 '엘비스 궁중반점'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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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로큰롤과 자장면의 공통점? 흑인과 백인의 음악이 융합돼 새로운 장르로 변신한 로큰롤이나 중국 재료로 우리 입맛에 맞는 음식으로 개발한 자장면이나 모두 '잡종' 이라는 것이다.

14일부터 6월30일까지 서울 성곡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회 '엘비스 궁중반점'.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 최근 문화계의 커다란 흐름인 '혼성문화' 이벤트다.

이 전시회에선 '그레이스랜즈 팰리스 프로젝트 팀' 이라는 이름을 내건 한국.독일.이스라엘.네덜란드.이스라엘 출신 작가 5명이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이상한'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공간도 중국식당 분위기로 꾸미고 여기에 사진.회화.비디오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전시되는 문화간 벽허물기의 의도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의 혼성문화적 측면은 14~16일 3일동안 작가들이 직접 펼치는 공연에서 두드러진다. 한국의 정연두씨는 전시회장에서 직접 자장면을 만들어 관객에게 나눠주며 독일의 안드레아스 슐래갤은 엘비스 프레슬리로 분장해 그의 노래를 모창한다.

또 네덜란드의 마이클 레데커는 DJ로 변신, 음악을 들려주며 캐나다의 리사 청과 이스라엘의 가이바 아모츠는 각각 웨이트레스와 접시닦이로 등장해 희한한 모습을 보여줄 예정.

"한국 문화 속에서 토착화된 자장면을 소재로 한 요리 퍼포먼스와 서구 대중문화의 상징적 존재 엘비스 프레슬리의 모창 공연을 결합시켜 문화의 장르와 경계를 허물어보겠다" 는 것이 정연두씨의 이야기. 또 전시될 작품들도 일반인에게는 좀체 미술품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가이바 아모츠의 설치물 '불타는 사랑' 은 미사일 모양의 스피커에 가라오케 기계를 연결시킨 '사운드 조각' .논리적으로는 연결되지 않는 사물들을 음악을 매개로 엮었다.

그레이스랜즈 팰리스 프로젝트팀은 영국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 컬리지에서 유학생활을 보냈던 다섯 작가의 모임. 이 전시는 안드레아스 슐레겔이 런던의 한 중국식당 '그레이스랜즈' 에 들렀다 떠올린 것. 이 식당은 폴 찬이라는 이름의 주인이 엘비스 복장을 하고 모창 공연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단다.

성곡미술관은 "다소 보수적인 한국 문화계의 분위기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고 대중들의 진정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전시를 기획했다" 고 밝혔다.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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