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태권도 강해은, 세계대회·올림픽 도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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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하늘에 계신 엄마. 엄마의 소원을 꼭 이뤄드릴게요. " 남자 못지않은 파워와 현란한 발기술로 '동급 최강' 을 자랑하는 여자 태권도 57㎏급 국가대표 강해은 (22.상명대) 이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올해초 오는 6월 캐나다에서 벌어지는 세계선수권 출전티켓을 따낸 강은 27일 시드니올림픽 세계예선대회 선발전에서도 우승을 차지, '두마리 토끼' 를 잡으러 나간다.

강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95년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 김진수 (당시 48세) 씨의 눈물겨운 뒷바라지가 숨어 있었다.

서울 면중초등학교 5년때 태권도와 인연을 맺은 강은 '여자가 무슨 운동이냐' 는 어머니의 극심한 반대에 부닥쳤다.

그러나 강이 중학교 진학 후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내자 든든한 후원자로 변신했다. 아픈 몸을 이끌고 딸이 뛰는 경기장을 찾아 간절한 기도를 올렸고, 강이 힘들 때마다 손을 꼭 쥐고 '미래를 생각하자' 고 격려하며 든든한 벗이 됐다.

이런 어머니의 노력 때문에 강은 94년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러나 행복한 순간도 잠시. 투병생활을 하던 어머니는 "딸이 올림픽 무대에 서는 걸 보아야 할텐데…" 라는 안타까움을 남긴 채 숨졌다.

강은 세상이 무너질 듯한 충격 속에 어머니를 따라 죽을 생각도 하며 방황했다. 그러나 "자살은 더욱 어머니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 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고쳐먹고 매트에 땀을 쏟으며 슬픔을 달래고 있다.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강은 2000년 시드니 밤하늘에 애틋한 사모곡과 함께 애국가가 울려퍼질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김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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