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춘투파고] 한통가세 통신대란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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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동계의 파업투쟁이 전국 규모로 확대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서울의 지하철과 공공노조연맹에서 출발한 파업 열기는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으로 이어졌고, 대덕의 전국과학기술노조와 부산의 지하철노조 등이 그 뒤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국내 최대 노조인 한국통신 노조가 파업을 강행할 경우 '교통대란' 과 '통신대란' 의 동시발생까지 우려되고 있다.

◇ 거세지는 파업 = 그룹의 회사매각 방침에 강력히 반발, 전격 파업에 돌입한 대우중공업 옥포조선소 노조의 행동은 전혀 예상되지 않았던 일이어서 또 다른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대우그룹의 또 다른 매각대상인 10개 계열사는 물론 노사관계가 불안한 다른 사업장에도 연쇄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태풍의 눈' 은 한국통신 노조의 파업 여부. 극적 변수가 없는 한 26일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데이콤이 파업중인 상황에서 한국통신마저 파업에 가세하면 전국의 통신망이 대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한국통신 노조는 2000년말까지 1만8천명을 감원할 예정인 회사측의 구조조정 계획과 임금삭감 등에 반대하고 있으며 회사측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22일 새벽 파업을 예고하며 막바지 협상이 한창인 부산지하철 노조도 집행부가 철야농성에 들어간 상태다.

◇ 노학 (勞學) 연대투쟁 = 이번 파업에는 한총련 등 대학생들이 대거 합류, 노동계 춘투 (春鬪)가 노학연대의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대학생들은 지난 17일 1만2천명이 모인 서울역 집회에 3천5백여명이 참가하는 등 수천명이 각종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한총련의 한 관계자는 20일 "한총련은 연대투쟁을 통해 노동현장의 권익을 되찾기 위해 투쟁기간중 계속 함께 할 것" 이라고 밝혔다.

◇ 정부 대응 = 정부는 구조조정 자체를 협상할 뜻은 전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구조조정을 협상대상으로 삼을 경우 앞으로 추진할 경제개혁 등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공권력을 앞세워 파업사태가 더 커지지 않도록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대우조선이라는 돌출변수가 터지고, 파업투쟁이 노학연대로 확대되는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자 대응책에 고심하고 있다.

고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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