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흡연 - 폐암 연관성 은폐의혹 꼭 밝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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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KT&G(옛 담배인삼공사)가 전매청 시절인 1969년부터 흡연과 폐암의 연관성을 알고도 은폐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폐암환자와 가족들이 KT&G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맡고 있는 변호사 등의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국가는 국민에게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셈이 된다.

변호사는 'KT&G는 비소가 폐암의 원인이 된다는 미국 환경보호청의 연구결과를 접하고 실험을 통해 담배연기 속에 비소가 있음을 확인했다''KT&G는 70년대부터 해외 연구자료를 통해 담배연기에 발암성분이 다량 포함돼 흡연이 생명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동물실험을 통해 니코틴의 중독성과 유해성도 80년에 확인했다'는 문서를 근거자료로 제시했다. KT&G 측은 "과장된 주장"이라고 반박했지만, 유해성을 알고도 판매량 감소를 우려해 숨겼다는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KT&G 측은 더 이상 파문을 축소하는 데만 급급해선 안 된다. 이번에 제기된 의혹도 '영업비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하다가 법원의 명령에 따라 공개한 464개 연구문서를 분석한 결과였기에 더욱 그렇다. 지금까지 취해온 태도는 국민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다. 이제부터라도 재판과정에서 유해성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전문가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정부와 KT&G는 일단 국민을 무시한 데 대해 사과하고 담배 정책을 쇄신해야 한다. 전 세계는 지금 강력한 금연정책을 취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지난해 흡연 위험에 대한 경고 확대, 중독자 치료 정착 등을 담은 담배규제국제조약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담배연기 속에 40여종의 발암물질을 포함해 4000여종의 화학물질이 들어 있고 세계적으로 연간 500만명가량이 흡연과 관련된 문제로 숨지는 현실을 제대로 인식한 결과다. 반면 우리나라는 성인남자 흡연율(64%)이 세계 1위이면서도 담배정책을 산업정책으로 간주하고 있다. 언제까지 시대에 역행할 것인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최우선의 가치로 생각하는 강력한 금연정책으로 전환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