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튀기 팔아 '이웃사랑'…태안 새이름교회 목사부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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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뻥이요. " "뻥튀기 사세요. 뻥튀기!" 지난 13일 오후 2시 충남 서산시 동문동 성모병원 정문 앞. 노인 부부가 낡은 1t트럭에 뻥튀기를 가득 싣고 "뻥튀기 사세요" 를 연거푸 외쳐대고 있다.

태안군 근흥면 마금리 '새이름교회' 목사 김제훈 (金濟薰.61.태안군 근흥면 마금리).안영순 (安英順.51) 씨 부부가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목회에 전념해야 할 목사 부부가 뻥튀기 장사를 하고있는 이유는 자신들이 직접 운영하는 양로원 운영비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

평북 정주가 고향인 金목사가 태안에 살기 시작한 것은 지난 83년부터. 서울에서 20여년간 미술학원을 운영하면서 교회 전도사 일을 하던 金목사는 종교활동을 통해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에 전념하기로 결심했다.

동료 전도사들로부터 목사가 없는 교회를 소개받아 태안에 온 金목사는 89년 50평 규모의 교회를 직접 지었다.

태안에 내려온 뒤 줄곧 결손가정 청소년들을 집에 데려다 잠자리와 먹을 것을 제공해온 金목사는 지난 96년 교회 옆에 농협 등에서 대출받아 마련한 6천만원으로 1백평 규모의 양로원을 지었다.

金목사 부부는 양로원에서 노인 10명과 청소년 6명과 함께 침식 (寢食) 을 같이하고있다.

그러나 金목사 부부는 난방비만 해도 일주일에 15만원이나 드는 등 양로원 운영비를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뾰족한 수입원이 없던 이들은 돈벌이를 위해 지난해 말 뻥튀기 장사를 하던 동네 청년으로부터 6백만원에 트럭과 뻥튀기 기계를 인수했다.

金목사 부부는 예배가 있는 일요일을 제외하고 날마다 뻥튀기를 만들어 성모병원 앞과 안면읍버스터미널.서산시내 아파트단지 등을 돌며 팔고있다.

새벽 5시부터 오후 7시까지 하루 종일 뻥튀기를 '열심히' 팔면 4~5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이중 휘발유 값 (하루 1만원).운영비 등을 빼면 순수익은 3만원 정도지만 양로원 운영에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金목사는 "끼니 때우는 것을 걱정할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지만 힘닿는 데까지 어려운 사람을 도우며 살겠다" 고 말했다.

태안 =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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