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해법은 홍콩식 '1國2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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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동쪽 2천㎞지점의 동티모르에서 최근 독립지지파와 반대파 간의 유혈충돌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인도네시아 정부가 구체적인 자치안을 내놓았다.

지난 76년 강제 합병한 동티모르에 대해 홍콩식 '한나라 두체제 (一國兩制) ' 식 해법을 제시한 것. 이같은 해법이 받아들여지면 분쟁지역에 대한 '새로운 처방전' 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어 주목된다.

◇ 인도네시아판 일국양제의 내용 = 홍콩처럼 일종의 행정총리를 자체 선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행정총리는 일체의 행정.경찰권등 자치권을 행사한다.

동티모르인들은 합법적인 선거를 거쳐 의회를 구성한다.

반면 국방.외교.사법권과 화폐발행권 등 핵심 권한은 여전히 인도네시아 중앙정부가 장악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하비비 대통령 주도 아래 약 3개월간 내부 검토를 거쳐 구체안을 마련했다.

◇ 자카르타의 시각 = 하비비대통령은 "홍콩식 해법은 동티모르내 독립주의자들은 물론 국제사회도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고 말했다.

이번 홍콩식 해법을 도출해 내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하비비대통령의 특별고문인 안와르박사는 "홍콩식 일국양제만이 파국을 막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판단했다" 고 말했다.

안와르 박사는 12일 홍콩언론들과의 회견에서 "인도네시아의 핵심 두뇌들이 모두 모여 수많은 토론을 거쳤다.

여러 안이 검토됐으며, 마지막 남은 안이 바로 홍콩식 일국양제" 라고 밝혔다.

하비비대통령도 "홍콩식 해법이 가장 무난하다고 생각한다" 고 말하고 "이 안을 다음주중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을 통해 포르투갈 정부에 전달할 예정" 이라고 밝혔다.

◇ 인도네시아 야당 입장 = 3천8백만 회교도들의 모임인 나흐다툴 울라마 (NU) 의 지도자 와히드는 "동티모르인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대안으로 판단한다" 며 일단 찬성의 입장을 보였다.

회교 지식인들의 모임인 이치미 (ICMI) 도 "포르투갈이 이 안에 찬성할 경우 동티모르 사태를 진정시키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 는 반응을 보였다.

ICMI는 그러나 "자치권의 범위에 사법 및 화폐 발행권을 제외시킨 것은 협상을 어렵게 만들 소지가 있다" 고 지적하고 "홍콩처럼 사법권과 경제권도 동티모르 자치정부에 돌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는 의견을 제시했다.

◇ 전망 = 동티모르인들은 오는 7월 유엔 주재하의 주민투표를 통해 자치안 찬성여부를 직접 결정한다.

그러나 지난 1월 인도네시아 정부가 주민투표에서 자치안이 거부될 경우 이 지역의 독립을 허용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힌 뒤 오히려 독립지지파와 반대파간의 유혈충돌이 확대되고 있는 상태.

지난주에도 수십명의 독립지지파가 민병대 등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전해지자 수감 중인 독립게릴라지도자 사나나 구스마오가 무장투쟁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주민투표 연기설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홍콩 = 진세근 특파원.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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