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거리의 떠돌이 견공들이 사라지고 있다. 워낙 숫자가 많아 골칫거리더니 요즘엔 자고 나면 눈에 띄게 줄어든다.
그러자 이웃 나라 동물애호가들이 의혹을 제기했다. 선데이 텔레그래프 등 영국 신문들이 앞장섰다. "그리스 정부며 아테네 시 당국이 집 없는 개들을 잡아 죽인다"는 기사로 불을 지른 것.
▶ 아테네의 한 식당에서 한 외국인 손님이 떠돌이 개들에게 먹다 남은 음식을 나눠주고 있다. 아테네=최승식 기자
그리스 사람들은 열을 받았다. 그리고 아테네시 당국은 떠돌이 개의 처리 과정까지 소상히 공개하고 나섰다. '아테네 뉴스'에 따르면 올림픽 기간 중 아테네시는 개들을 임시 수용시설에 잡아 가둔다. 마라톤이나 사이클 등 도로경기 때 혹시라도 개들이 사고를 칠까봐서다. 농림부가 주관해 수의사 등으로 이뤄진 포획팀이 주인 없는 개들을 잡아들이고 있다. 아테네 남부 피레우스 항구에서는 이 기간에 1000여 마리가 잡힐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과거처럼 약물로 죽이는 방법은 절대 쓰지 않는다고 아테네시는 밝혔다. 대신 거세하거나 불임시술을 해 장기적으로 떠돌이 개의 수를 줄인다는 것. 이번에 붙잡힌 개들도 올림픽이 끝나면 예방접종을 한 뒤 다시 거리로 나오게 된다고 한다. 이 기사를 쓴 아테네 뉴스의 코델리아 마덴 기자에게 전화로 물었다. "떠돌이 개들은 왜 대부분 셰퍼드처럼 큰 개들인가?"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키우는 데 돈이 많이 들고 귀찮으니까 버린다. 귀엽고 작은 개들은 버리더라도 다른 사람이 주워다 다시 기르지만 큰 개들은 버림받는 것이다."
아테네=김종문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