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일부터 90화 임권택감독 '영화판,징하요'연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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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사람은 이 세상에 이름과 함께 '이야기' 를 남긴다.

중앙일보가 이 땅에 산 각계 명사와 대가들이 이 세상에 꼭 남겼으면 하는 소중한 이야기들을 모아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 연재를 시작한 것은 지난 70년 11월. 이 연재는 나가자마자 시중의 화제가 되며 93년 10월까지 장장 89화 (話) 총 4천6백53회를 이어갔다.

등장한 필자도 총 1백23명에 이른다.

제1화로 서은숙 (徐恩淑) 전 이화여대이사장 (1900~77) 의 '신 (新) 여성교육' 을 시작하면서 "새로 기억하고 기억을 되찾지 않으면 영구히 새길 길 없는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을…남기기 위해 시리즈로 엮는다" 고 밝힌 기획의도가 오늘날에도 새롭다.

허나 20여년 연재를 계속하다보니 이야기들이 끊어질듯 하여 훗날을 기약하며 연재를 마감해야 했다.

중앙일보는 제2창사를 맞아 그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 을 다시 시작한다.

세월은 흐르고 흘러 다시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이 쌓였기 때문이다.

3일부터 제90화로 임권택감독의 '영화판,징하요' 가 나간다.

'남기고…' 최장 기록은 83년 8월29일부터 2백66회에 걸쳐 소개된 유진오 (兪鎭午) 박사 (1906~87) 와 김동조 (金東祚.81) 전 외무장관의 제80화 '한일회담' 이며, 다음이 82년 10월27일부터 2백54회에 걸쳐 연재된 창군원로 장창국 (張昌國) 장군 (1924~96) 의 회고 '육사 졸업생들' 이다.

창군 과정에서부터 한국전쟁, 5.16당시의 군내막, 육사 1기부터 10기까지 군부 핵심인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연재는 당시 군에 관한 최초의 기록물이란 평가까지 받았다.

필화 사건도 있었다.

청곡 (靑谷) 윤길중 (尹吉重.83) 전 국회부의장의 회고로 시작한 제37화 '진보당 (進步黨) 사건' 은 '예수가 처형된 골고다 언덕의 십자가 묘사' 로 시작된 서두가 말썽이 돼 74년 5월30일 단 1회로 끝난 최단명 시리즈 (?)가 됐다.

이 필화로 당시 김인호 (金寅昊) 편집국장과 이영석 (李英石) 정치부장, 구술을 받아 원고를 쓴 조남조 (趙南照) 기자가 당국에 연행되기까지 했다.

76년 8월15일부터 나간 이당 (以堂) 김은호 (金殷鎬) 화백 (1892~1979) 의 제52화 '서화백년 (書畵百年)' 은 우리 나라 가정에 동양화 붐을 조성할 정도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남기고…' 에 독자 여러분의 배전의 관심과 함께 이야기 제보도 기대한다.

김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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