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와 책] 박원순 변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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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최근 그 만큼 바빠진 이도 드물다. 참여연대 사무처장 박원순 (43) 변호사. 82년 대구지검 검사를 지낸 후 인권변호사로 일하다 93년 하버드대 객원연구원을 거쳐 96년부터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

그의 독서는 한번 읽기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형. 그래서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다. 하지만 요즘은 바쁜 탓에 밤을 세우기는커녕 여유있게 책 볼 틈도 없다. 급기야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다거나 행사를 기다려며 잠깐 잠깐 읽는 인스턴트 독서가 습관이 됐다.

그렇게 짬짬이 읽은 책 중 그의 가슴을 두드렸던 책 두 권. 박노해의 '사람만이 희망이다' (해냄) 와 캐터린 아이작의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사회 (CIVICS FOR DEMOCRACY.에센설북스 출간).

'사람만이…' 는 박노해씨가 사노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경주교도소에 구속돼 있으면서 쓴 글들을 모은 책. 97년 출간된 이 글 속에는 외부의 적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는 투쟁에서 나아가 삶의 안쪽에서 자신과 치열하게 투쟁하는 게 진정한 혁명적 삶이라는 저자의 깨달음이 촘촘히 담겨있다.

박노해의 변호인 중에 한 명이었던 박변호사는 "하루아침에 세상을 변혁하는 시대로부터 이제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야하는 시대로 변했다고 말하는 저자의 솔직한 고백은 정신의 우물에서 길어올린 맑고 투명한 생명의 정화수로 우리의 목마른 갈증을 씻어준다" 고 평한다.

'민주주의…' 는 현재 KDI국제대학원장인 임길진 박사가 박변호사에게 읽어보라고 권해준 책으로 시민운동가가 필수적으로 읽어야 할 책. "좋은 사회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감시.견제 그리고 노고와 땀방울에서 온다는 것을 깨쳐주는 책으로 저의 활동의 지침이 되고 있다" 고 박변호사는 전한다.

현재 시민운동에 종사하는 활동가들과 강독을 하고 있으며 이 책을 번역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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