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 변협회장이 할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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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신임 대한변협 (大韓辯協) 회장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변) 소속 김창국 (金昌國) 변호사가 선임됐다.

다음달 변협 전국 대의원회의 추인이라는 형식 절차가 남아 있긴 하지만 협회장으로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대전의 이종기 (李宗基) 변호사 법조비리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시점에 새 변협회장에게 국민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개혁성향이 강한 민변 소속으로는 金변호사가 처음 협회장에 뽑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金변호사는 당선소감에서부터 "변화를 기대해도 좋다" 고 의지를 나타냈다.

이 때문에 벌써 그동안 보수성이 짙었던 변호사 사회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그가 김근태 (金槿泰) 씨 고문사건의 공소유지 변호사 (특별검사) 를 맡기도 했고 유서대필사건의 변론을 맡는 등 시국공안사건 관련자들의 인권보호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시민운동에 앞장서 온 경력에 기대하기도 한다.

신임 변협회장은 우선 만신창이가 된 재야 법조계가 국민의 공신력을 회복하도록 해야 한다.

변호사들이 왜 시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지를 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金변호사 자신의 표현대로 '뼈를 깎는 노력' 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까지는 변호사들이 비교적 높은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풍요를 누려 왔지만 이제 더 이상 안주할 수 없는 절박한 상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제 재야 법조계의 자정 (自淨) 과 개혁은 필연적이다.

현 시점에서 변호사 비리 근절은 변협이 안고 있는 지상과제다.

지금까지 비리사건이 터질 때마다 가벼운 징계로 미지근하게 대응해 온 것이 법조계를 이 지경으로 만든 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변호사 비리에 대해서는 변호사 단체가 영구제명 등 스스로 더욱 가혹하고 엄격한 방법으로 다스려야 효과를 거둘 수 있고 징계권을 둘러싼 시비도 막을 수 있다.

소외된 계층의 인권보호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다시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金변호사는 서울지방변호사회장으로 있으면서 당직변호사제를 신설하고 무료 법률상담실을 운영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기대가 크다.

특히 무료 변론이나 국선 변호 등도 확대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턱없는 고액 수임료나 영수증 발급이 제대로 안되는 변호사 선임 관행도 개선돼야 한다.

객관적인 수임료 기준을 만들고 더 투명한 운영으로 충실한 납세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도 변호사에 대한 평판을 높이는 한 방법이다.

아울러 변협이 가진 사회정의 구현을 위한 공익단체로서의 역할도 중요하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는 변협이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제 목소리를 낸 적도 있지만 최근에는 지나치게 변호사들만의 이익에 집착하고 있다는 비판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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