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안기부 문건 모두 공개…與는 법안 단독 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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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회 529호실 사태' 를 둘러싸고 여야간 갈등이 첨예화한 가운데 한나라당은 7일 미공개 47건의 안기부 문건을 전부 공개해 정치사찰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종찬 (李鍾贊) 안기부장이 국회에서 이를 정면 반박하고 이회창 (李會昌) 한나라당 총재를 강력히 비난하는 등 정국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한나라당측은 문건 분석을 통해 "안기부 문건에 거명된 사람은 한나라당 의원 20명, 국민회의 22명, 자민련 2명 등 의원 44명을 포함해 모두 96명" 이라고 밝혔다.

공개된 문건은 ▶한나라당 L의원, 중국대사 역할보장시 여당입당 의사표시▶국민회의 H의원의 사법처리설 ▶국민회의 K의원의 인척을 위한 청와대 K비서관의 압력행사를 비난하는 탄원서 ▶선거법 개정 논의결과 보고서 등이다.

한나라당은 이르면 6일 李안기부장 및 신건 (辛建) 안기부 제2차장.박실 (朴實) 국회사무총장.김인영 (金仁泳) 정보위원장 등 9명을 안기부법 위반 및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이종찬 부장은 야당이 불참한 정보위원회에서 "한나라당이 정치사찰의 증거를 찾아내지 못하자 5급 국회연락관이 습작한 개인메모를 정치사찰 증거라고 강변하고 있다" 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이회창 총재를 겨냥, "안기부에 대해 오도된 사고를 가진 지도자 때문에 한나라당이 방향을 못잡고 표류하고 있다" 고 정면으로 공격했다.

李부장은 또 "529호 난입과정에서 북한 동향 등 6건의 국가기밀 문건이 없어졌다" 며 "당시 당직자.보좌관 등 여러 계층이 섞여 있어 외부 불순분자가 개입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 고 말했다.

한편 여권은 김봉호 (金琫鎬) 부의장 주재로 야당 불참 속에 본회의를 열어 공기업 민영화법 개정안 등 68개 법안과 '영화스크린 쿼터제 유지결의안' 등 70개 의안을 통과시켰다.

국민회의.자민련은 또 6, 7일에 걸쳐 각 상임위원회에 계류된 70여건을 본회의에 직권 상정토록 해 처리한다는 방침이나 한나라당은 실력저지로 맞선다는 입장이어서 격돌이 예상된다.

여당은 이날 본회의 직후 법사위를 단독개의하려 했으나 70여명의 야당의원들이 몰려가 회의를 무산시켰으며 박준규 (朴浚圭) 국회의장은 "5일 자정 (통일외교통상위의 한.일어업협정비준안은 6일 정오) 까지 법사위가 64개 계류법안을 처리하지 않을 경우 6일 오후 본회의에 직권상정할 것" 이라고 통보했다.

전영기.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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