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풍 휘말린 제2건국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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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제2건국' 을 휘감는 바람이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와 국민회의가 여기에 집착하면 할수록 역풍은 도를 더한다.

예산안 통과시한을 하루 넘긴 3일에는 한나라당에다 공동여당인 자민련까지 가세해 휘몰아쳤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이날 국민회의 조세형 (趙世衡) 총재권한대행을 만나 "제2건국위는 순수성을 잃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 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이회창 (李會昌) 총재는 당직자 회의에서 "대통령 자문기

구인 제2건국위가 당.안기부.검찰 등 정부 조직에 대한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초권력기관' 이 될 우려가 크다" 며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바로 전날 제2건국위 산하 기획단이 정부개혁 및 민원행정 개선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여서 발언수위도 더 높아졌다.

당직자들은 "제2건국위가 하는 걸 보니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 (KGB).북한 노동당과 유사한 점도 발견된다" 는 등 극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안택수 (安澤秀) 대변인은 "제2건국위가 대통령령이라는 편법으로 설치되는 것은 법 정신이나 정부 조직체계로 볼 때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발상" 이라며 "필요하다면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하겠다" 고 말했다.

이같은 당직자들의 '인식' 은 예산안 통과 진통으로 그대로 이어졌다.

한나라당은 제2건국위 지원 관련 예산 전액 삭감을 다시 들고나왔다.

박희태 (朴熺太) 총무는 "관련 예산을 삭감하지 않으면 전체 예산안 통과가 불확실하다" 며 으름장을 놓았다. 자민련은 슬며시 반감을 전달했다.

이완구 (李完九) 대변인은 "국난극복을 위해 의식개혁 차원에서 제2건국 운동의 기본 취지엔 공감하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고 말했다.

李대변인은 "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바뀌어야 하고 일체의 정치성이 배제된 순수 시민운동으로 추진돼야 한다" 며 "이념지향적 운동보다 실용주의적 개혁운동이 돼야 한다" 고 덧붙였다.

제2건국위가 내각제 저지의 '전위' 로 떠오를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이번 예산 심의에선 제2건국위에 대한 직접 지원 20억원을 포함, 관련 7백70억원의 예산 배정이 전체 예산안 통과의 족쇄가 됐다.

정치권을 때리는 바람의 강도로 볼 때 앞으로 추진과정과 행적은 두고두고 논란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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