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시한넘긴 국회]여야 대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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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새해 예산안이 여야의 입장차이로 법정처리 시한 (2일) 을 넘기고 말았다.

제헌국회 이후 50년간 법정시한을 지킨 것은 28차례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해도 정부가 예산을 집행하지 못한 적은 없었다.

정부는 세부계획을 미리 짜놓았다가 예산안이 확정되는 대로 수정부분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대처해왔기 때문이다.

여야 총무는 오후 9시쯤 전화접촉을 통해 "예산안 수정작업을 하는 데만도 최소 5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법정시한을 지키는 게 실무적으로 불가능하다" 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예산안 심의를 3일로 넘기는데 합의했다.

이에 앞서 변호사.세무사 등 전문직종에 부가세를 물려 1천4백억원의 세수 (稅收) 를 확보하려는 부가세법 개정안의 심의를 맡은 법사위가 이를 처리하지 않고 산회함에 따라 "예산안 처리지연을 위한 야당의 신종 필리버스터 (의사진행방해)" 라는 공방도 오갔다.

◇ 본회의 = 법사위의 일방적 산회 선포에 朴의장은 "정치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 봤다" 며 "법사위가 일방적으로 산회, 오늘은 물리적으로 예산안 처리가 불가능하게 됐다" 며 정회를 선포. 예산안 처리가 법사위라는 암초에 걸리자 朴의장은 3당 총무들을 소집, 매듭을 풀 묘책을 숙의했다.

결국 3당 총무는 법사위의 부가세법 처리 여부가 예산안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하고 예산안 처리를 예정대로 진행키로 합의했다.

◇ 예결위 및 예산처리 전망 = 예결위 계수조정소위는 이날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축조심의를 계속했다.

김진재 (金鎭載) 예결특위위원장은 오후 9시를 넘기도록 "예산안이 방대해 아직도 30%밖에 심의를 마치지 못했다" 며 예산안 처리지연이 전적으로 실무적 문제임을 유난히 강조. 여야간 최대 쟁점이 된 것은 제2건국위 관련 예산. 한나라당은 특히 "제2건국위가 사실상 공무원 위에 군림하려는 초법적 발상" 이란 일부 언론보도를 부각하며 7백50억원 삭감을 거듭 주장, 진통이 계속됐다.

계수조정소위의 한 의원은 "야당이 총풍수사와 관련, 이회창 (李會昌) 총재의 예우.사정문제 등을 집중 거론해 긴장이 조성되기도 했다" 고 전언. 비록 예산안이 처리시한을 넘기긴 했으나 여권 지도부는 줄곧 예산안 통과를 자신하는 등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박희태 (朴熺太) 한나라당 총무도 "예산안과 다른 정치쟁점을 연계하지 않는다" 는 입장을 거듭 확인하는 등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충돌과 대립양상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 다른 정기국회 때와는 분명히 다른 점이었다.

특히 여야 총무간 비공식 회담을 통해 한나라당 이회창총재.김윤환 전부총재 등의 처리 및 예산안.경제청문회 등 쟁점에 대한 빅딜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3일 중 처리 가능성이 한결 커졌다는 전망이다.

이정민.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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