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국회' 온통 북핵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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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0일 국회에선 북한이 평북대관군금창리에 건설 중인 것으로 알려진 핵 (核) 개발시설 의혹문제가 단연 핵심 사안이었다.

야당 의원들은 정부의 축소은폐 의혹을 제기하며 햇볕정책의 수정을 촉구했고, 여당은 신중한 대처를 강조했다.

서해안의 정체불명 선박출현 문제에 대해서도 질의가 쏟아졌다.

◇ 통일외교통상위 = 한나라당 김덕룡 (金德龍) 의원은 "미 찰스 카트먼 한반도평화회담특사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핵시설이란 증거가 없다고 거짓말하고 있다" 며 "카트먼 특사가 이례적으로 이런 회견까지 한 것은 핵문제에 대해 한.미간 갈등이 있다는 얘기 아니냐" 고 캐물었다.

같은 당 박관용 (朴寬用) 의원은 "대북정책에 대한 한.미간 인식차가 커질 경우 미국은 한국을 배제한 채 북한과 직접 협상할 가능성이 크다" 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금창리 시설의 철저한 규명을 요구하면서도 한반도 긴장고조에 대한 우려와 경제위기 극복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민회의 이영일 (李榮一) 의원은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될 경우 4백80억달러의 외환보유고는 하루아침에 빈통으로 변해버리고 IMF 탈출을 위한 노력은 허사가 될 것" 이라며 "정부는 구체적 구상과 철학을 국민에게 밝히라" 고 촉구했다.

김상우 (金翔宇) 의원도 "북한 핵시설에 대해 시간을 갖고 해결방법을 찾아야지 지나치게 긴장을 조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 강조했다.

◇ 국방위 = 한나라당 허대범 (許大梵) 의원은 "정부가 굳이 북한이 제네바합의를 깨지 않았다고 소극적 입장을 유지하는 이유가 뭐냐" 고 따졌다.

또 서해안 괴선박 출현과 관련, "북한이 남침 야욕을 버리지 않고 계속 간첩을 보내고 있는데 정부 대책은 뭐냐" 고 질타했다.

여당은 핵의혹이 국민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이동복 (李東馥.자민련) 의원은 "정부 내엔 북한 핵시설 의혹사건이 갖는 문제의 심각성을 저평가하는 분위기가 있다" 고 추궁했다.

그러면서 카트먼 특사와의 대화를 인용, "미국은 이번 사태를 철저히 규명하지 못할 경우 북한에 대한 식량.중유제공은 물론 남북한간 화해분위기가 제로상태로 돌아간다는 입장을 북측에 전달했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천용택 (千容宅) 국방장관은 "북한 핵시설에 대해 강력한 의혹은 있지만 확실한 물증이 없어 현재로선 제네바 합의가 깨졌다고 볼 수 없다" 면서 "한.미간 이견은 없으며 햇볕정책 때문에 이 문제를 과소평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고 답변했다.

◇ 정보위 = 박관용 의원은 "북핵대책은 한.미 양국이 같은 의사를 갖는 게 관건" 이라면서 "강경과 유화론으로 양국 공조에 이상이 생기면 또다른 위기를 부를 수 있다" 고 우려했다.

이종찬 (李鍾贊) 안기부장은 "금창리 지하시설이 핵시설이라고 단정할 만한 결정적 증거가 없어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게 우리의 입장" 이라면서 "양국간 입장에 큰 차이는 없다" 고 답변했다.

李부장은 금창리 주변에서 플루토늄 흔적이 확인됐다는 보도와 관련, "방사능물질은 몰라도 플루토늄은 흙에서 검출되지 않는다" 면서 "플루토늄으로 단정할 수 없다" 고 말했다.

또 "정보기관원이 훈장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이와는 다른 사안으로 받은 것" 이라고 주장했다.

이정민.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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